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이사벨라 로셀리니, 알리시아 비칸데르(내레이션)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관람가
시간: 114분
개봉: 10월 15일
시놉시스
“나는 성녀에서 창녀가 됐다가 다시 성녀가 됐다. 단 한 번의 인생에서.” 할리우드 최고 전성기였던 80여 년 전, 스웨덴의 한 소녀가 혜성처럼 나타난다. 이름은 ‘잉그리드 버그만’. 할리우드에 맞춰 이름을 고치자, 눈썹을 다듬자는 권유에도 그녀는 아랑곳 않고 자신만의 자연미를 추구한다. 그 자연미와 우아함에 할리우드는 매료됐다. 이후 그녀는 아카데미 7회 노미네이트, 3회 수상을 이뤄내며 할리우드 전성기와 자신의 황금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성녀’였던 그녀는 이탈리아 감독인 로베르토 로셀리니와의 외도 결혼으로 ‘창녀’로 전락한다. 할리우드는 그런 잉그리드 버그만을 거부한다. 영화, 연극계에서 퇴출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잉그리드 버그만은 포기하지 않는다. “나에게서 연기를 빼앗는다면 숨을 빼앗는 것이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힐난하는 스웨덴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연기 활동을 지속한다. 결국 그녀는 스웨덴 출신의 영화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감독한 <아나스타샤>로 다시 한 번 아카데미의 성녀로 거듭난다. 그리고 마침내 “후회는 전혀 없다. 한 일보단 하지 않은 일이 후회 된다”는 말을 남기며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간단평
“엄마보단 배우이고, 아내보단 여자이고 싶었던 사람”.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첫 남편에게서 딸 하나를 두고, 두 번째 남편에게서 아들과 딸 쌍둥이를 둬 네 아이의 엄마였던 잉그리드 버그만에 대해 자녀들은 말한다. “엄마의 존재가 항상 그리웠지만 원망스럽진 않다. 우린 엄마에게서 우정을 느낀다”고. 그들의 표정에선 엄마에 앞서 사람으로서의 ‘잉그리드 버그만’에 대한 호감이 묻어난다. 감독 스티그 비요크만이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을 만든 동기도 무관치 않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딸,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직접 엄마의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영화는 감독이 흔쾌히 대답했던 것에 부합하는 듯하다. 존경과 애정으로 그녀를 좇는 감독의 집요한 시선이 느껴진다. 감독은 자녀들의 실제 인터뷰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일기, 그녀의 영화와 인터뷰 영상, 그녀가 직접 찍은 홈무비 등을 보여주며 그녀가 관객에게 인간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의 한국에서도 급진적이라고 할 만한 그녀의 행보에 대해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준다. 더불어 그녀의 어록들을 장면으로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잉그리드 버그만의 배우로서의 업적이나 삶에 대한 태도를 강조해 보여준다.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은 아련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헌정영화다.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삶과 여성으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2015년 10월 8일 목요일 | 글_이지혜 기자(wisdo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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