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공통점은? 빙고! 극장개봉당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웹상에서의 엄청난 호응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나 [파이란]의 경우 정기모임과 상영회를 통해 영화를 다시 감상하고 의견을 나누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1월에 세 번째 상영회를 마친 "파이란을 사랑해도 되나요?
(http://cafe.daum.net/failancafe)"라는 이름의 카페에서는 청룡영화제에서 파이란을 밀어주자라는 공지사항을 올려놓고 한창 영화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해 [비천무]가 개봉되었을 때는 "안티비천무
(http://www.antib1000.intizen.com/)"라는 사이트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영화에 대해 이다지도 적극적인 반응이 나온 것은 [비천무]가 처음이었다. 철기십조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이들은 아직까지도 웹페이지를 관리하며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거나 안티 사이트의 다양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사용 인구가 급증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영화 개봉 전에 해당영화의 홈페이지를 먼저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고 영화관련 사이트를 통해 시사회나 이벤트로 홍보전략을 세우는 것도 필수 사항처럼 되고 있다. 가장 큰 예로 김성수 감독의 [무사]같은 경우 인터넷홍보 비용만 수억을 쏟아 부었을 정도며, 현재 개봉예정인 [화산고] 역시도 모바일 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를 연계해 활발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얼마전 필자가 기자시사회 소식을 듣고 극장을 찾았을 때다. 어떤 영화인지 밝히기가 힘들지만, 미국에서도 상당히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으로 마케팅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에서 왔는데요". 기본적으로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보도자료"가 인터넷 영화사이트에서 왔다는 이유로 필자에 손에는 쥐어지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너무 적게 만들어서 오프라인에만 제공하기로 했어요"하며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홍보사의 태도에 불쾌함을 넘어서 영화를 보는데 있어 냉정함을 지킬 수가 없을 정도였다. 긴 영화를 견디지 못하는 필자가 "러닝타임이 얼마나 되느냐?"라는 물음에 대해 '별 꼴값을 다 떠네'하는 표정으로 "그냥 보세요"하는 대답을 듣고선 스스로 얼굴이 일그러짐을 느낄 정도였다. 이런 영화에 대해서는 아카데미상이 아니라 전 세계 영화제 상을 다 쓸어 왔다고 해도 기분 좋게 글을 써 주기가 힘들어 진다(보통 이럴 땐 평을 아예 쓰지 않는다). A사이트의 모 영화부 기자는 "△△△에서 홍보를 담당한 영화는 무조건 씹는다"라고 하며, B사이트 등의 기자 역시도 "□□□에서 홍보하는 영화는 차라리 관람을 포기한다"고 까지 공공연하게 말한다.

반면, "젊은기획"이나 "래핑보아"같은 홍보사처럼, 규모가 작은 영화관련 회사에서 나왔더라도 친절한 미소와 안내로 시사회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어쩐지 조금 모자라 보이는 영화라 할지라도 그 부분은 살짝 가리고 좋은 이야기만 해 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아닌게 아니라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단순히 영화에 대한 "프리뷰"만을 쓰게 될 경우 좋은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니겠는가(물론 단순한 "프리뷰"가 아닌 경우엔 이야기가 틀려질 수도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의 수적인 증가와 더불어 그들이 인터넷에서 얻고자 하는 부분들에 대한 질적인 면에서의 수준향상은 더 이상 인터넷 영화 마케팅을 마케팅의 한 부속품이 아닌 하나의 전문분야로 자리잡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마케팅의 활용분야 및 범위는 크게 확장되었고 이러한 환경의 변화들로 인해 영화관련 사이트는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바램이란게 영화평 잘 써 달라며 뭔가 뒷거래를 한다거나 홍보사 위에 영화사이트가 군림하는 세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다양성으로 그리고 자유로운 표현과 의견나눔의 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그 놀라운 가능성에 대해 '무시함'으로 영화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