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과 뤽 베송이 만났다. 한마디로 말해 소위 한 스타일 한다는 이들이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켰으니 그 효과에 대해서는 더 할말이 없다. 각자의 영화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두 사람의 결합에 대해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하는 것에 대해 영화가 기획됨과 동시에 화제가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결과부터 이야기 하자면, 영화는 정신없이 화려하고 볼거리 풍성하며 잔인하고 요란하다. 여전히 껍데기만 그럴싸한 것도 변함이 없다.
뤽 베송은 이 영화를 통해 지난 영화인생을 정리하려고 했는지 [레옹] [니키타] 등의 작품을 그대로 옮겨오는 기민함을 보이고 있다. [니키타]의 미국 버전인 [니나]의 여주인공 브리짓 폰다를 캐스팅 한 것도 그렇고, [니키타]에서 안느 빠릴로를 혹사시켰던 트레이너 체키 카요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것도 그렇다.
호텔 추격씬은 [니키타]에서 전철에서 뛰어 다니는 장면은 [써브웨이]에서 요란한 총격씬은 [레옹]에서 각각 차용해 온 것에 대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노골적이란 사실이 불쾌할 정도다.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감독의 한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설정을 비롯해 폭파장면이나 카메라의 위치설정 등도 기존 영화와 조금도 다르지 않아 어쩐지 재탕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손실감이 든다.
그간 부드러운 액션을 선보였던 이연걸은 할리우드 진출이후 절도있고 강한 느낌의 액션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의 예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마치 살인 기계처럼 악을 응징하는 잔인한 장면의 연속은 그간 그가 보여주었던 부드러운 미소의 잔상을 완전히 깨버린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얼굴의 흉터와 주름은 늙어버린 이연걸에 대한 아쉬움을 갖게 한다.
다시 한번 말 하건데, 정신없이 쏟아지는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는 일단 칭찬 할 만 하다. 하지만 침술로 대변되는 아시아에 대한 외곡된 환타지와 스크린 전체를 피로 뒤덮는 잔인한 장면의 연속은 영화가 진행 될수록 관객들을 무덤덤하게 하며, 때때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기도 한다. [황비홍] [태극권]등에서 볼 수 있었던 이연걸 식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일까. 엉성한 시나리오와 함께 지나치게 평면적인 캐릭터의 설정은 이 영화를 갈 데까지 몰고 가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 참고로 이 영화는 지나치게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는 이유에서 주연 배우인 이연걸이 “아이들은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