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흐르는 강>은 <트루맛쇼> <MB의 추억> 등과 달리 다채로운 편집 기법이나 독특한 내레이션이 없다. 있는 그대로를 성실하게 카메라로 담는다. 지율 스님은 병들어가는 내성천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느리지만 꼼꼼하고 담담하게 기록하는 방식은 4대강 사업의 심각한 문제를 고발하는 동시에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댐 공사 전과 공사 후 대비되는 내성천의 모습, 공사로 인해 어두워져만 가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 무분별한 벌목으로 벌거숭이가 되어버린 산, 더 이상 동물들이 찾아오지 않는 습지 등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잘못된 선택이 자연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전한다.
영화는 4대강 사업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이 사라져가는 아쉬움도 담는다. 지율 스님은 마치 연어가 산란을 위해 자신의 고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듯 낙동강의 상류인 내성천으로 향한다. 누군가에게 고향이자 삶터였던 하천 본래의 모습이 없어지기 전에 모든 걸 담아내려 노력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내성천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려는 지율 스님의 바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투박한 촬영기법이나 들쑥날쑥한 이야기의 배치 때문에 때때로 집중력이 떨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인간들의 탐욕으로 상처 입은 강을 향해 사죄하고, 강이 치유되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지율 스님의 진심은 오롯이 전달된다.
2013년 3월 2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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