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필리아 (necrophilia) : (necro) 죽음, 시체 + (philia) 집착 . 즉 '시체 애호증'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단어.
영화 [키스드]의 주인공은 젊은 여인이다. 그런데 이 여인은 네크로필리아에 빠져있다. 아니, 젊은 여인이 시체 애호증에 빠져 있다니.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 엽기적이고 다소 매력적인 설정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장르는 호러나 스릴러 쯤. 젊은 여인에 의한 연쇄살인 정도는 기본으로 등장할 것이고, 화면 곳곳은 피가 흥건할 것 이고... 그러나 속단은 금물. [키스드]는 시체 애호증이라는 충분히 엽기적인 소재를 '그다지' 엽기적이지는 않게 그저 조금 독특한 취향의 로맨스로 풀어나가고 있다.
주인공이 사랑한-과연 이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것은 죽음 그 자체였을까? 아니면 죽어있는 육신이었을까? 그녀가 '살아있는' 젊은 남자와 사랑-이것은 사랑임에 분명해 보인다-에 빠진 점으로 미루어 보아 후자에 가까운 듯 보인다. 그러나 살아있는 이 남자는 계속해서 '죽은 몸'을 끊임없이 원하는 여자의 부족한 사랑을 메꾸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여자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육체적인 부분을 빼놓고는 완성할 수 없었고, 그 육체적인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죽음'은 필요조건 이었다. 그러나 상대편이 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아이러니. 여기에서 어긋난 사랑의 비극은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