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치정극이 아니다. <로얄 어페어>는 격동의 시기였던 18세기 덴마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궁중 로맨스다. 왕과 왕비 그리고 신하의 은밀한 관계가 치정극에 그치지 않는 건 덴마크의 역사가 고스란히 옮겨진 덕분이다. 영화는 귀족이 아닌 민중을 위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귀족들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요한에 의해 변모하는 캐롤라인과 크리스티안 7세의 모습은 격동의 시기였던 18세기 덴마크의 역사와 합일을 이루면서 흥미롭게 진행된다.
덴마크의 역사를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영화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친숙하게 다가오는 건 18세기 덴마크의 모습이 현 시대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에 신음하는 사람들과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의 상황과 일맥상통하다. 스웨덴 작가인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의 소설 ‘가면의 시대’를 영화로 옮긴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의 각색 실력 또한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실어 나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2009년 스웨덴 흥행작 <밀레니엄 제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각본을 담당한 바 있던 그는 <로얄 어페어>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각색 능력을 인정받았다. 배우들의 연기만 보더라도 영화는 매력적이다. 이 영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미켈 보 폴스가르드의 광기 어린 연기와 <더 헌트>로 칸영화제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매드 미켈슨의 진중한 연기 대결은 백미다. 특히 <타이탄> <삼총사 3D>에서 조연으로 그쳤던 매드 미켈슨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2013년 1월 2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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