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영화화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소재만 차용해 아예 다른 작품으로 만들거나 원작을 고스란히 영화로 옮기는 방법이다. <바람의 검심>은 후자를 택한다. 1994년 ‘주간소년챔프’에 연재가 시작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된 이 작품을 전혀 다른 이야기로 구성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때문에 <바람의 검심>은 원작을 성실하게 재현한다. 발도재로 살았던 과거를 시작으로, 켄신이 왜 역날검(날이 반대로 되어 있어 사람을 벨 수 없는 칼)을 들고 다니는지, 얼굴에 상처는 어떻게 난 것인 지까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세하게 그려진다. 살생을 하지 않는 도장 여사범 카오루(타케이 에미), 비밀에 둘러싸인 여인 메구미(아오이 유우), 돈에 미친 사업가 칸류(카가와 테루유키) 등 주변 인물과의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원작 재현에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13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갖게 됐지만, 촘촘하게 연결되어 이야기 덕분에 지루함은 덜하다.
<바람의 검심>은 원작의 재현에만 중점을 두지 않는다. “원작의 주제 의식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액션의 강도를 높였다”는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액션에 힘을 싣는다. 최대한 CG를 배제하며 실제 검술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는 액션의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빠른 영상과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구성된 켄신과 우도의 마지막 대결은 백미다. 액션이 돋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대결이 시작되기 전 카메라가 응축된 인물들의 감정을 잘 포착한다는 점이다. 칼을 움켜잡는 손이나 일그러지는 얼굴 표정 등은 감정을 고조시키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사무라이 액션 영화의 면모를 잠시나마 일깨운다. 눈요기가 그만이다. 켄신의 심적 갈등을 좀 더 깊게 다루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오락영화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