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스 : 말로만 듣던 물랑루즈란 영화가 이런 영화였구나. 정말 굉장한걸?
▶ 사팅 : 그러게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화려하고 멋지다니...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눈과 귀가 즐거웠던 영화인 것 같아. <댄싱히어로> <로미오와 쥴리엣>에 이은 바즈루어만표 영화임이 확실한 작품이야. 훌륭해.
▶ 클스 : 일단은 고상한 척 하지 않는 점이 좋은 것 같아. 프랑스가 배경인데도 억지로 프랑스식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를 복잡하게 만들어 산만하게 하지도 않고...
▶ 사팅 : 맞아. 아예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무시하고 철저히 보여주기와 들려주기에 집중하는 것 같더라.
▶ 클스 : 내 생각인데, 사운드 트랙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음반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이미 미국에선 주제가로 쓰였던 "Lady Marmalade"가 빌보드 싱글챠트 1위에 8주 동안 머물렀지 아마?
▶ 사팅 : 도대체가 마돈나의 "Like a Virgin" "Material Girl" 등을 그렇게 쓰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Sound of Music" "I'll Always Love You" 등등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노래들로 가득했던 것 같아. 당장이라도 앨범을 사고 싶을 정도였어.
▶ 클스 : 정말이지 120분이란 시간이 그렇게 순식간에 흐르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 사팅 : 어.. 우리가 본게 120분이었어? 148분이 아니라?
▶ 클스 : 무슨 소리야.. 120분 봤어.
▶ 사팅 : 이 영화 원래 러닝타임이 148분이라고 하던데? 어쩐지 148분이라고 하기엔 시간이 좀 빨리 지나갔다고 생각했어... 도대체 어디서 28분이나 잘라먹은 거지?
▶ 클스 : 어허.. 가위손 아저씨들이 또 수고 좀 하셨나 보네 뭐. 148분이나 되며 극장에서 하루 6회 상영하기가 힘들어지니까... 그러니 시간을 좀 줄여서라도 한번 더 틀려는 영화사와 극장간의 모종의 합의가 있었겠지
▶ 사팅 : 너무 아쉽다. 어떤 장면이 어떻게 잘려 나갔는지 너무 궁금하잖아. 그럼 미국에서 DVD 나오면 그때 또 구해 봐야 하는 거야?
▶ 클스 : 뭐 너무 길다 싶어서 120분으로 잘랐겠지만, 그래도 잘려진 덕분에 더 함축적이고 재미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어. 왜 그런거 있쟎아. 요즘 영화들 보면 억지로 120분 가득 채우려고.... 마치 길이와 퀄리티에 무슨 상관관계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야
▶ 사팅 : 그래도 그건 감독의 의도고 그 원작에 훼손을 가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감독에 대한 모독이고, 또한 관객에 대한 무시가 아닐까?
▶ 클스 : 내 생각은 좀 달라. 뭐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서 마구잡이로 잘라내는 것은 문제가 좀 있다고 보지만, 사실 쓸데없는 장면들 질질 늘여가면서 영화 보여준다고 그게 꼭 득이 되라는 법은 없쟎아. 개인적으로 100분 이상 넘어가는 영화들 웬만해선 보기가 힘들더라구. 그런 영화들 중에 이번 <물랑루즈>처럼 시간이 빨리지나간 준 작품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 사팅 : 하지만 영화라는 문화매체가 일종의 예술분야인데, 그 예술이란 것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마구잡이로 칼을 댄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
▶ 클스 : 그래.. 단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잘리는 건 문제가 있다는 점에선 나도 동의해. 하지만 우리가 보는 영화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작품이 오리지날 필름 그대로 상영된다고 보니? 예전에 신문광고를 보면 '오리지날 노 컷' 이라는 문구가 영화를 광고하는데 상당히 일조를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 사팅 : 바로 그 점이야. 사람들은 너처럼 잘려진 필름보다는 잘려지지 않은 원판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런 광고가 먹혀드는 것 아닐까?
▶ 클스 : 후후 과연 그럴까? 그런데 그 '오리지날 노 컷'이란 문구 대부분이 감각적이거나 성적이거나 과도한 폭력으로 인해 심의 자체에서 잘려져 나갔던 영화들이 여차저차해서 다시 원상복귀 되어 나왔을 때 붙는 문구란 생각은 안들어?
▶ 사팅 : 난 심의 자체에 회의를 품고 있는 사람이야. 등급을 매겨 주면 되는 거지 지네들만 성인이고 우리는 어린앤가? 우리나라에 성인이라고는 심의 추천해 주는 윗분들 소수 몇 명뿐이란 말이야? 우리는 떠 먹여 주는 것만 감지덕지 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거야? 갑자기 화가나네 정말..!!
▶ 클스 : 음.. 영화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 일 수도 있지. 자 일단 영화가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려면 추천이란 것을 받아야 하잖아? 난 이 추천 받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어. 이게 일종의 등급을 매기는 거고 영화적 수위를 판단하는 거니까. 중요한 건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장면들에 대해서는 자진 삭제를 해야 한다는 거지.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말이야.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혹은 잔인하다는 이유로 영화를 놓고 봤을 때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장면임에도 잘려나가야 하는 건 나도 반대야. 그렇지만 어쩐지 군더더기 같은 장면들에 대해서 잘려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은 없어. 지금 필요한 것은 등급이 매겨져 나왔을 때 그것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가 하는 문제가 아닐까? 극장이나 단속 기관에서 등급에 맞게 표를 파는 것을 얼마나 지키고 감시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해 봤니?
▶ 사팅 : 그렇다면, 성인 영화를 행여 청소년들이 볼까봐 가위질을 하고 추천반려를 하고 그런단 말이야? 영화사에선 그런 꼴 당하지 않으려고 자진 삭제를 통해 수위를 낮추고? 그럼 등급을 매기는데 의의가 없쟎아! 이미 성인영화도 청소년들이 다 볼 거라는 전제하에서 나오는데 말야!
▶ 클스 : 그래. 뭐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어느 하나도 가지런히 정리된게 없으니까 그래서 뭔가 무너져 버릴까 두려워서 자꾸만 어설픈 심의기관을 통해 제한하고 막고 하는거지. 따지고 보면 별로 소용도 없는데 말이야.
▶ 사팅 : 그러게. 수입추천 반려하고 문제되는 장면 잘라내도 원하기만 하면 다른 루트로 다 구해 보고 돌려보고 하는데 뭐....
▶ 클스 : 그래.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같이 영화를 볼 수 있겠니? 대중을 생각하는 거지.. 대중을...
▶ 사팅 : 흥! 아무리 막아도 B양이니 O양이니 하는 비디오는 잘만 돌아다니더라. 요즘은 정보화 사회라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맘만 먹으면 못하는게 없다구!
▶ 클스 : 그래 그건 옳은 말이야. 막는다고 되는 건 아니지. 영화를 잘라 낸다고 해서 나쁜 영화가 좋은 영화로 변신하는 것도 아니구. 중요한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고 또 그것을 얼마나 제도화하느냐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
▶ 사팅 : 그래, 상영 회수를 늘리기 위해 가위질을 하는 것과 야하거나 잔인해서 억지로 잘리는 것은 좀 틀리지만.. 그래도 난 영화 자체에 손을 댄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 클스 : 그거 아니? 홍콩에서는 <물랑루즈> 러닝 타임이 80분이었다는 사실... 우리는 그나마 다행인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