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은 눈물과 감동이라는 인생극장식 도식을 배제하고 의외로 담백하게 현재를 말한다. 과거와 인터뷰가 스타의 마음을 드러내는 드라마라면, 공연은 꿈의 정점에 선 스펙터클을 담당한다. 데뷔 전 영상으로 플래시백하고 인터뷰로 소회하는 중심에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이라는 현재가 기다린다. 자칫 소재에 함몰되어 버릴 이 콘셉트 강한 다큐멘터리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애정 어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I AM.>은 이 익숙한 스타들의 데뷔 초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대신, 이들 자신에게 보여줌으로써 얻어지는 회상과 소회, 그 표정을 담아냈다. 영화는 이름이 갖는 의미에 천착한다. 심창민과 최강창민, 이혁재와 은혁, 서주현과 서현 사이의 괴리와 양면성, 그 차이가 갖는 의미를 스타 스스로가 토로한다. 자신조차 잊고 지냈던 데뷔 전 영상 속 다부진 표정 앞에서 누군가는 눈물 흘리고 또 누군가는 창피해 얼굴을 들지 못한다. 특히 크로마키 기술로 과거의 은혁과 현재의 은혁이 한 화면 안에서 함께 춤추는 장면은 영화의 주제와 그대로 맞닿아 있다. 데뷔를 갈망하던 힙합바지 소년과 스키니 진의 스타가 합을 이루는 춤은 그렇게 진정한 나를 완성한다. 성장이라는 주제에 가장 들어맞는 장면이다. 이 신선한 모습들이 SM타운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과 교차하면서 <I AM.>은 단순히 공연실황을 담은 팬서비스용 DVD보다 나은 어떤 것이 된다.
소년 김기범에서 샤이니의 만능열쇠 키로, 소녀 정수정에서 무대 위 소녀들의 워너비 크리스탈로, 너무 오래 노력하고 너무 일찍 꿈을 실현한 스타들은 자연스레 대중을 위한 표정과 제스처를 짓게 마련이다. 신선한 지점은 이들이 쇼맨십을 덜어내고 말간 표정을 보여준다는 그 자체다. 그리고 공연 장면에 있어서는 가수와 음악을 매개로 한 영화답게 가요 프로그램과는 다른 카메라 워킹, 화면구성, 그리고 음향을 담아내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근사한 각도와 목소리의 엑기스를 모은 공연 장면은 연출과 콘셉트를 위해 쉽게 짜깁기 하거나 희생시키지 않고 오롯이 한 무대를 보여준다. <I AM.>은 예상과 다르지만 결국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32명의 스타를 담아내기에 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반복되는 형식과 공연 실황은 만인이 함께 하기에는 버겁다. 이것은 태생적으로 이 영화가 떠안아야 할 부분이다. 팬서비스용보다는 한 발짝 나아간 성장 다큐멘터리라는 점에 만족한다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가 될 테지만 말이다.
2012년 6월 20일 수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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