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유아인)는 옥탑방에 사는 고등학생 남자아이다. 그는 곱사등이 아버지(박수영)와 정신연령이 낮은 민구 삼촌(김영재)과 함께 비좁은 옥탑방에서 살아간다. 어려운 형편 탓에 학교에서 지급되는 햇반과 라면이 완득이의 주식이다. 그러한 그를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학급 담임, 동주(김윤석)다. 학교도 모자라 옆집 옥탑방에 살며 가족보다 더 자주 얼굴을 마주치는 동주가 완득이는 지긋지긋해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완득이에 대한 동주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급기야는 완득이에게 엄마(이자스민)의 존재까지 알려주는 오지랖을 발휘한다.
줄거리만 보면 <완득이>는 우울하고 칙칙해야 마땅한데, 스크린으로 구현된 영화는 포근하다. 이는 인간미를 간직한 이야기의 힘, 그리고 영화의 따뜻한 시선 덕분이다. <완득이>의 등장인물들 또한 친근하다. 반항아처럼 구는 완득이는, 반항아라기보다는 가족을 생각하는 심성 고운 조숙한 고등학생 소년에 더 가깝다. 동주는 완득이가 지닌 버거운 생활의 무게를 잊게 해주려는 양, 시시때때로 완득이를 불러 찾으며 무덤덤하게 괴롭힌다. 이처럼 한 소년에게 포커스를 두고 그의 성장스토리를 풀어낸 <완득이>는, 드라마와 함께 유머도 놓지 않는다. 타이밍을 노린 영화 속 개그들은 자칫 칙칙할 수 있는 영화의 채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한다.
극의 중심축인 완득이와 동주를 연기한 유아인과 김윤석은 마치 핑퐁을 하는 것처럼 주거니 받거니 리듬감 있는 호흡을 보여준다. 조연들은 또 어떤가. 외모와 상반되는 예민함을 지닌 앞집 아저씨(김상호)는 이웃에게 매일같이 욕을 퍼부으며 히스테리를 부린다. 그의 여동생 호정(박효주)은 스토리텔링을 한답시고 야밤에 괴상한 액션을 취하는 무협작가다. 완득이네 반 1등생, 윤하(강별) 역시 일반적인 모범생 캐릭터는 아니다. 어딘지 비뚤어진 것 같은 영화의 캐릭터들은, 실은 누구보다도 본분에 충실하며 마음의 중심에 정(情)을 품고 있어서 미워할 수가 없다.
<완득이>는 사람이 중심인 영화다. 가난과 장애, 다문화로 범벅된 환경은 완득이에게 “가출을 위한 완벽한 조건”이다. 그러나 달리 보면 완득이가 가족, 교육, 꿈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겹쳐지는 지점에 놓여 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그 지점에서 완득이는 점차 둥글게 다듬어지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다만, 또 다른 ‘완득이’들에겐 영화가 자칫 작위적이고 긍정적으로 밀어붙인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그들의 잿빛 환경을 노랗게 채색해주며 그럼에도 결국은 사람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온기 가득한 이야기다.
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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