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도마뱀 한 마리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몸뚱어리만 남아 있는 바비, 플라스틱 물고기, 수조 장식용 나무 한 그루. 그렇다. 이 도마뱀은 애완 카멜레온이다. 그리고 5분 안에 이 도마뱀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친다. 덜컹거리는 자동차에서 수조가 튕겨져 나온다. 타 들어가는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에 오도카니 떨어져 버린 도마뱀은 스스로 서부 출신 무적의 총잡이 ‘랭고(조니 뎁)’라 부르기로 한다. 척박한 사막을 일구고 살아가는 마을 더트에는 물을 둘러싼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허풍을 떨다 얼떨결에 보안관이 된 랭고에게 마을의 운명이 걸려 있다.
<랭고>는 스펙터클서부활극뮤지컬이다. 부패한 시장과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순수하게 영웅을 바라보는 어린이, 교활한 악당까지 서부극의 전형을 그대로 녹였다. 그래서 본격 클린트 이스트우드 장르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은 꽤나 적합해 보인다. ‘물을 차지하는 자가 권력을 차지한다’는 논리는 스크린 바깥 석유와 거대 자본을 묘하게 연상시킨다. 고어 버빈스키는 캐리비안 시리즈의 파트너들을 적극 초청해 고전적인 MGM 뮤지컬 스타일과 스펙터클로 경연을 벌였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으로의 외도는 철저히 극영화 미학에 가깝다.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기상천외한 상상력보다는 극영화에서 실현하기 힘들었던 카메라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인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샷과 컷은 황홀하고 민첩하다. 척박한 모하비 사막에 덕지덕지 붙어사는 생명체는 흙빛 무채색 일색이다. 이 건조한 공간에서 랭고는 유일하게 알록달록 컬러를 내뿜는다. 마치 <플레전트 빌>에서 흑백 세상 속 혁명이었던 컬러처럼. 이 도마뱀 랭고는 최근 애니메이션들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이모션 캡처를 통과해 그대로 조니 뎁을 비쳐 보인다. 잭 스패로우나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 같은 특유의 제스처와 엉뚱한 캐릭터가 오버랩 된다.
누구도 될 수 있지만 실은 그 누구도 아닌 애완 도마뱀이 자아를 찾아간다는 어쩌면 심오해 보이는 이야기의 결은 전 연령대가 삼키기에는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코미디를 홀대하는 건 아니다. 랭고의 이 자아 찾기 여행에 동반하는 부엉이 극단이 연주하는 음악은 주요한 시점에 등장해 기승전결로 작용하고, 코미디 요소로도 활용된다. 도처에 깔아 놓은 유머 공식은 전체관람가보다는 15세 이상 관람가에 맞춰져 있다.
2011년 2월 28일 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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