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모리슨은 반전 운동에 앞장섰던 존 레넌처럼 적극적인 사회운동가는 아니었다. 그는 다만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원했건 원하지 않았던 그는 1960년대 말 미국 히피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짐 모리슨의 여름은 짧았다. 1971년 7월 3일 짐 모리슨은 파리의 아파트 목욕탕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사인은 마약과 알콜 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 그 때 그의 나이 겨우 스물일곱이었다. 뜨겁게 타올랐던 청년문화의 불꽃도 짐 모리슨의 죽음과 함께 빠르게 사그라 들었다.
<왠 유어 스트레인지>는 인기 록밴드 도어즈, 더 자세히 말하면 도어즈의 보컬 짐 모리슨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1991년 올리버 스톤 감독에 의해 탄생한 <더 도어즈>가 짐 모리슨의 생애에 초점을 맞췄다면, <왠 유어 스트레인지>는 짐 모리슨을 통해 1960년대 사회를 바라본다. 청년문화와 함께 타올랐다 사라진 짐 모리슨은 젊음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아버지, 난 당신을 죽이고 싶어요”, “어머니, 난 당신을 범하고 싶어”와 같은 자기 파괴적인 가사와 쾌락주의는 기성시대에겐 역겨움이었지만, 부모세대의 편견을 깨고 싶어 하는 청년들에게는 해방구였다. 하지만 짐 모리슨의 자유에는 방종이 함께했다. 마약과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짐 모리슨에 대한 반대 세력도 늘어갔다.
톰 디칠로 감독은 짐 모리슨의 삶을 기존의 자료들만을 이용해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전기 다큐멘터리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주변인 인터뷰도 없다. 오로지 내레이션과 실제 공연 장면, 그리고 짐 모리슨이 대학시절에 찍은 영상 복원물(오프닝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실제 짐 모리슨의 모습은 그가 UCLA 영화학과에 재학 중일 때 찍은 영화의 일부분이다.)이 있을 뿐이다.
감독은 짐 모리슨을 중립적으로 그리고자, 도어즈의 나머지 세 멤버 레이 만잘렉(키보드), 로비 크리거(기타), 존 덴스모어(드럼)의 시선도 배재시킨다. 하지만, 짐 모리슨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다분히 호의적이다. 감독은 그의 아버지가 베트남전을 이끈 미 해군 제독이라는 사실을 부각시켜, 짐 모리슨의 고뇌와 타락에 면죄부를 달아준다. 특히 시인으로서의 짐 모리슨을 그릴 때의 영화는, 다큐멘터리라기보다 짐 모리슨에 대한 헌사에 가깝다. 도어즈의 팬들이나, 1960년대 그를 지지했던 진보주의자들에겐 DVD로 소장하고 싶을 영화지만, 그를 실패한 록가수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객관성 잃은 영화로 느껴질 게다.(실제로 영화가 공개됐을 당시, 추앙에 가까운 영화의 논조는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왠 유어 스트레인지>에 숨은 또 한명의 스타는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이다. 본래 톰 디칠로의 내레이션으로 2009년 6월 로스앤젤레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는, 이후 조니 뎁의 합세로 보다 미끈한 모양새를 갖췄다. 영화의 제목인 <웬 유어 스트레인지>는 도어즈의 두 번째 앨범 ‘Strange Days’에 수록된 곡 ‘People are strange’의 가사 중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2010년 12월 20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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