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즘이라는 고전적 소재를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리모델링한 <라스트 엑소시즘>의 결과물은 기대보다 흥미롭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 흥미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변모한 형식’은 아니다. 영화는 1인칭 시점을 적절히 활용해 극의 몰입을 높이기는 한다. 비디오카메라의 제한된 프레임으로 긴장감을 선사하는 기술도 부린다. 하지만 이러한 형식상의 변화는 (앞에서 말했듯)충분히 예상 가능한 쇼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진정한 흥미는 어디에서 올까. 엑소시즘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각 변화’에 그 답이 있다.
<라스트 엑소시즘>의 코튼 마커스 목사(패르틱 패이비언)는 이전, 엑소시즘 관련 영화에 등장한 목사들과는 다르다. 그는 악마를 믿지 않는다. 엑소시즘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믿는 척 하며 엑소시즘을 행한다. 이를 통해 돈까지 번다. 그렇다면, 그는 사기꾼일까? 그러한 의심에 대해 목사는 아니라고 당당히 말한다. 자신이 행하는 (거짓)엑소시즘이, 악마가 들렸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는 1973년 오리지널 <엑소시스트>와 그것이 낳은 수많은 속편들이 견지해 온 엑소시즘에 대한 믿음 자체를 붕괴시키며 문을 연다.
특히 마커스 목사가 ‘엑소시즘=속임수’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보여주는 장치들, 예컨대, 악마 목소리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 침대를 흔들리게 할 요량으로 몰래 설치한 피아노 줄, 버튼을 누르면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십자가 등을 소개할 때에는 이 영화가 공포물이 아닌, 현장르포처럼 보이기도 한다.
<라스트 엑소시즘>이 본연의 페이스를 찾는 건, 엑소시즘 때문에 한 아이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부터다. 더 이상 엑소시즘의 폐해를 간과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마커스는 이를 폭로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팀 두 명과 함께 악령이 씌였다고 주장하는 소녀 넬(애슐리 벨)을 찾아간다. 하지만 (거짓)엑소시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여기에 넬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결과적으로 <라스트 엑소시즘>이 노리는 건, 악마와 인간의 대결에서 오는 공포감이 아니다. 실제로 영화에는 몸을 뒤로 젖혀 거미처럼 계단을 내려가는 스파이더 워크나, 몸을 공중 부양하거나, 목을 180도로 꺾는 충격적인 영상은 없다. 대신 영화는 넬의 이상증상이 정말 악마에게서 온 것인지, 마커스 목사의 생각처럼 단순한 죄책감에서 오는 것인가를 두고 관객과 끝까지 밀고 당기기를 즐긴다. 공포물 특유의 ‘뜨악’하는 광경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리극적인 요소에 무게를 두고 바라보면 영화가 보여주는 드라마가 나름 괜찮다. 진실 규명이라는 요소가 다큐라는 요소와 맞물려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임팩트 강한 라스트 씬과 곁가지를 최소화한 8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도 팝콘 무비로 즐기기에 무난한 요소다.
2010년 11월 26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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