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아이들. 남학생 서클의 리더 프랭크(존 포스터)는 신입 멤버들과 함께 신고식을 치른다. 권총 한 자루를 주면서 편의점을 털고 오라고 한 것. 사실 이 신고식은 선배들이 가게 앞에 있다가 그냥 돈을 주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약속 장소가 어긋난 신입생 캐빈(루 테일러 푸치)이 진짜로 편의점을 털다가 총에 맞은 것이다. 아담(트레버 모건)은 응급실로 가길 주장하지만 프랭크는 사건이 커질 것을 염려해 어떻게든 내부에서 수습하려고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다시 잡아오고 아는 의사를 부르고, 경찰도 따돌린다. 하지만 수습할 수 없이 일이 커지자 아담과 프랭크는 정면으로 대치한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된 일이었다. 늘 해왔던 신고식이고, 그 과정을 통해 나름의 배짱과 담력도 기를 수 있었다. 총을 들고 차 문을 열고 나가는 것까지만 문제다. 신입생들은 몰랐지만, 어차피 밖에선 다른 선배가 돈을 들고 기다리고 있으니, ‘하겠다’고 마음을 먹느냐가 관건인 거다. 하지만 약속이 어긋나고 말았다. 선배는 다른 편의점에 있었고, 신입생 캐빈은 진짜로 편의점을 털다가 총에 맞고 만다. 그렇게 사건은 시작됐다.
영화는 우연하게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숨기면 숨길수록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확실한 방법도 없으면서 계속 내부에서 수습하려는 현 리더 프랭크와 손을 댈 수 없으면 정석대로 처리하자는 차기 리더 아담이 충돌하면서 사건은 더 엉망진창이 된다.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신입생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는 의사를 부르지만, 의사는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편의점 강도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납치해와 경찰에게 거짓 신고를 하게 하지만 이 또한 믿을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여학생 기숙사에서는 다른 일로 프랭크 일당과 마찰을 빚고, 평소 친분이 있던 경찰이 갑작스럽게 프랭크를 방문해 이들을 긴장시킨다.
요소요소에 긴장감을 유발할 장치들은 있다. 사건을 해결해야 할 시점에서 캐릭터들이 충돌하기도 한다. 실마리를 찾는 듯 싶다가도 또 다른 일이 발생하며 계속 꼬여버린다. <브라더후드>는 이리저리 사건을 꼬아놓은 전형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거나 긴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없다. 게다가 중간에 인종문제에 대한 언급을 하는가 싶더니 결국 철없는 미국 젊은이들의 우둔함으로 마무리된다. 기발할 뻔 했던 시나리오는 부실한 연결고리와 미약한 인과관계, 우격다짐 등으로 그저 혈기만 왕성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윌 캐넌 감독은 빠르고, 역동적이고,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브라더후드>는 외형적으로는 이러한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이야기에 몰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사건의 인과관계라든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징후라든지, 복합적인 캐릭터의 성격 등 핵심적인 내용들이 빠져버렸다. 이런 류의 영화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이야기의 흐름은 나름 흥미롭지만, 유희로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0년 11월 15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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