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어 라이프>는 로저의 자살사건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죽음의 이유는 다름 아닌 현재 미국사회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교내 집단 따돌림. 사고로 다리를 다친 로저는 친구들의 놀림대상이다. 그는 하나밖에 없는 친구였던 제이크마저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권총으로 자살한다. 이는 극단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 따돌림이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는 제이크를 통해 집단 따돌림 이외에도 오늘날 청소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촉망받는 교내 농구선수인 제이크는 친구의 죽음으로 희망을 잃는다. 더욱이 서로 만나면 싸우기만 하는 부모님과 임신을 한 여자 친구 때문에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어려움에 봉착한 제이크에게 힘이 되어 준 건 크리스다. 그는 진정 제이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언을 해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이크는 크리스와 교회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에 잃어버렸던 희망의 빛을 다시 찾는다.
제이크는 친구의 죽음, 부모의 이혼, 여자 친구의 임신 등 많은 문제를 종교의 힘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간다. 하지만 영화는 직접적으로 하나님을 언급하며 그의 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제이크는 로저처럼 집단 따돌림을 받는 친구들을 찾아가 친구가 되어주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또한 점심시간이면 모두들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물론 <세이브 어 라이프>가 기독교 영화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청소년들의 문제를 기도와 믿음으로 급작스럽게 해결하는 부분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전도를 목적으로 한 기독교 영화들과 다르게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제를 대화와 관심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제의식은 분명한 차별점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인 동시에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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