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문화적 소양을 지닌 아름답고 평화로운 행성 테라. 말라(에반 레이첼 우드)와 센(저스틴 롱)은 학교 수업을 빼먹고 비행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존재를 알 수 없는 우주선들의 무차별 공격으로 이어진다. 말라의 아버지(데니스 퀘이드)도 말라의 눈앞에서 납치되고 만다. 말라는 비행선 한 대를 유인해 추락시킨 후 지구인 조종사 짐(루크 윌슨)을 집으로 끌고 온다. 지구인은 전쟁으로 지구가 파괴되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테라 행성으로 향한 것이다. 서로를 알아가며 우정을 나누는 것도 잠시, 짐과 밀라는 한쪽은 침략을, 다른 한쪽은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짐의 활약으로 전쟁은 종식되고 테라 행성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테라>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우정과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하는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E.T>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에서 다뤄진 지구인과 외계인의 우정은 <테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지만 결국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도와주면서 침략자와 피침략자의 관계 속에서도 우정을 키운다. 이러한 이유로 마지막 전쟁은 더욱 안타깝게 그려진다. 전쟁으로 파괴된 지구를 떠나 새롭게 정착할 행성을 찾던 지구인들은 테라를 차지하기 위해 침략전쟁을 감행하고, 산소가 독가스와도 같은 테라 행성의 외계인들 역시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테라 행성에 산소를 퍼뜨리려는 지구인에 맞선다. 서로가 생존을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점 때문에 마지막 전투는 더욱 절실하게 그려진다. 특히 출격 직전 지구인과 외계인을 교차로 보여주며 결의를 다지는 장면에서는 결연함까지 느껴진다.
영화에서 또 다른 포인트는 역지사지다. <우주전쟁>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아리스토미니스 처바스 감독은 그 상황을 반대로 뒤집었다.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오랫동안 우주를 떠돌며 살아왔던 지구인은 테라에 정착하기로 결정하고 외계인들에게는 독가스와도 같은 산소를 행성에 퍼뜨린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오염된 대기로 고통 받는 테라 행성의 외계인들은 마치 <아바타> 속 나비족을 연상케 한다. 지구인 역시 자원 확보를 위해 나비족을 학살하던 그 모습과 중첩된다. 하지만 <테라>가 <아바타>를 카피 것은 아니다. <테라>는 감독이 대학재학시절 만들었던 단편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아바타>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테라>는 환경오염과 전쟁, 자원 고갈 등 현재 지구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감독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지구를 잃은 지구인들이 새로운 행성을 차지하기 위해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전쟁을 벌이는 모습을 통해 단순히 오락적인 요소가 아닌 진정한 평화와 공존을 얘기한다. 교훈적인 주제와 감동적인 이야기 전개를 지닌 영화는 3D 입체영상을 통해 비주얼도 업그레이드를 했다. 비록 언론시사는 2D로 진행돼 그 완성도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중간 중간 입체감을 도드라지게 느낄 수 있는 장면 연출이 눈에 띈다.
2010년 10월 29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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