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우천(조용주)과 미카엘(안홍진). 성인이 된 둘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갖게 된다. 신부가 된 미카엘과 달리 우천은 스님이 되기 위해 절로 들어간다. 그는 머리를 깎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곧바로 한계에 부딪힌다. 어느날 큰스님 청송(우상전)과 화두(話頭)여행을 떠난 그는 불교의 가르침을 몸소 배운다. 그리고 문뜩 성장한 자신을 바라본다.
종교를 소재로 다뤘다는 점에서 <할>은 다큐멘터리 영화 <소명>과 <울지마 톤즈>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두 다큐멘터리 영화가 휴머니즘을 통해 각각 기독교와 천주교의 이념을 전파했다면, <할>은 오로지 불교의 가르침에만 주력한다. 영화는 불교의 근본내용을 담은 반야심경으로 시작을 알린다. 이 때 들리는 반복적인 목탁소리와 스님의 경 읽는 소리는 세상과 떨어진 고요한 사찰에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불교의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마음가짐을 다잡게 한다.
<할>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천과 청송이 1박 2일 동안 함께 떠나는 화두여행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깨달음을 얻고 싶어 하는 우천은 언제나 궁금증에 휩싸여있다. 과연 불교의 진리는 무엇이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우천의 물음은 계속된다. 이에 큰스님 청송은 아리송한 답으로 그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다. 감독은 우천과 청송 간에 이뤄지는 우문현답으로 종교의 의미와 깨달음을 관객에게 전한다.
<할>은 분명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지만, 천주교도 소재로 삼는다. 총 8개의 장으로 이뤄진 영화는 불경이 아닌 성경의 특정 구절로 각장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성경 구절에 상응하는 불교의 가르침이 뒤를 잇는다. 감독은 이런 형식을 통해 불교와 천주교의 이념과 의미가 분명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종교의 본질은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것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 장이 넘어갈 때마다 관객은 우천이 되어 청송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삶을 반문하는 시간을 갖는다.
<할>은 불교를 믿는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종교인이 아닌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불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우천과 청송의 문답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이내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항복을 선언한다. 또한 명확하게 깨달음을 전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영화는 관객과의 거리를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다만 다양한 CF를 찍은 감독의 이력에 걸맞게 영화의 영상미는 눈을 즐겁게 한다. 한 폭의 그림처럼 수려한 자연경관은 어려운 불교수업을 잠시 나마 잊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0년 10월 12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