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아빠(방동원)라 불리는 여중생 연쇄 납치범이 영주(진다은)를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에 영주아빠 오사장(이설구)은 해결사들에게 사건을 부탁하고, 사건을 맡은 전직 형사 출신 충식(조형래)과 기술자 동구(장세훈)는 엄지아빠를 찾기 위해 다양한 장비들로 접선을 시도한다. 하지만 엄지아빠의 납치에는 사연이 있다. 오사장의 입양 딸인 영주가 엄지아빠의 친딸이라는 것.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는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뉘앙스만 남아있을 뿐이다.
<엄지아빠>는 사연이 있는 스릴러다. 납치를 소재로 납치범과 납치된 여중생의 관계, 여중생과 여중생의 아버지의 관계, 그리고 이들의 사이에서 엄지아빠를 잡기 위해 작업하는 해결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야기보다 독특한 비주얼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체 느낌을 좌우하는 것은 카메라 앵글이다. 감독은 가방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 시점이나 거리와 건물 복도 등에 설치된 CCTV 시점을 통해 영화를 전개시킨다. 덕분에 영화는 사실적인 느낌이 있지만, 동시에 모든 화면이 조악하다. 특히 몰래 카메라 앵글은 전파 교란으로 화질 상태가 나빠진다는 설정이어서 의도적으로 화면을 일그러뜨리고 흐릿하게 조작한다. CCTV 역시 특유의 낮은 해상도로 뿌연 영상으로 일관한다. 작은 화면에서는 몰라도 스크린처럼 큰 화면에서 이러한 영상은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
조악한 화면에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의 완성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 못한다. 앵글이 일정하지 않다보니 배우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어설픈 연기와 다소 코믹한 행동들은 영화의 방해 요소다. 특히 영주아빠가 딸의 납치범을 만나 벌이는 육박전은 딸에 대한 절박함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몸개그 수준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영화 중간 중간 이런 블랙코미디 형식의 특이한 코드가 나오지만, 영화의 내용이나 전개에 녹아들어가지 않고 겉돌 뿐이다.
이야기에서도 큰 흥미요소가 없다. 영주아빠는 영주를 입양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엄지아빠는 영주가 자신의 딸이라며 영주에게 아빠라고 불러주기를 요구한다. 이 사이에서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는 해결사들의 모습은 사건의 주변에서만 맴돈다. 아버지의 정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상황에 맞지 않는 코미디에 묻혀 버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사실적인 액션은 제작비의 지원을 받지 못해 모든 책임이 배우들에게 떠넘겨졌다. <엄지아빠>에서 가장 큰 단점은 300만원도 안 되는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색다른 시도와 아이디어만 요구될 뿐, 영화가 갖춰야 할 안정감은 찾을 길이 없다.
2010년 8월 27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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