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는 한국형 품종개량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입봉을 코앞에 둔 감독과 촬영기사, 녹음기사까지 스탭 3명, 그리고 폐가 체험 동호회 회원 3명, 이렇게 6명이 단출하게 폐가 체험을 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이 <폐가>의 목적이다. 또 하나의 목적은 이 짜고 치는 고스톱 한 판이 얼마나 실제 상황처럼 보이도록 관객을 속이느냐가 되겠다. 물론 진짜 주인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폐가의 터줏대감인 귀신이 될 것이고 말이다. <폐가>는 비연기자인 주민들의 녹취를 인트로로 사용하면서 제법 리얼함을 전달한다. 땅을 바라보고 있는 카메라 앵글, 목 아래만 촬영된 익명성, 인터뷰 대상자의 뒤를 장식하는 시멘트 벽면 등이 흥미로운 도입부를 깔아둔다.
얼핏 보기에도 저예산 인디 다큐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폐가>의 승부수는 여기에 있다. 애초에 물량 공세를 못한다면 부족한 재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영리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폐가>는 폐허가 된 건물 세 채와 마당, 이 협소한 공간에서 등장인물 6명을 데리고 87분을 맛깔 나게 요리해야 한다. 하지만 밑천은 금새 바닥나고 말았다. <블레어 윗치> <클로버필드> 식의 익숙한 핸드 헬드는 점차 무기력해진다. 그러니까 <폐가>는 아무리 봐도 <블레어 윗치> <REC>로 흥했다 가라앉았던 호러 모큐멘터리 시류를 다시 한 번 끌어올린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성공에 고무된 느낌이 역력하다. 성공한 호러 영화들의 문법을 한국형 폐가로 가져왔지만 성공적인 품종개량에는 실패한 셈이다.
<폐가>는 지지부진했던 중반부를 탈피하려는 요량으로 후반부에 가서는 온갖 폴터가이스트 현상으로 관객에게 총공세를 퍼붓는다. 소리와 이미지로 빚어내는 각종 효과들 사이에서 리듬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어수선한 데다 변장을 비롯한 특수효과는 <전설의 고향>보다도 세련되지 못하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이루어질 새도 없이 달려가는 바람에 공포감을 느끼기보다 피로감이 찾아온다. 분명 러닝타임은 공포영화에 적합하지만, 어수선한 연출로 그 마저도 길게 느껴지게 만든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섹스 어필과 공포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잊지 않고 <폐가>에 삽입한 점이다.(이 미세한 부분은 굳이 눈치챌 정도로 부각되지는 않는다.) 웅덩이에 빠진 녹음기사의 젖은 육체를 굳이 찍어대는 카메라를 보고 있자니, 얼굴이 낯익지 않은 배우들, 손에서 흔들리고 떨어지는 카메라 등 이것 저것 호러 문법은 많이 알고 있지만 실전 활용에는 어려움이 있는 모범생을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호러를 글로 배운 모범생에게 필요한 것은 창조를 위한 모방과 개량이다.
2010년 8월 16일 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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