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이하 ‘<엘 시스테마>’)는 음악을 공부하는 베네수엘라 아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1975년, 총소리가 들리는 골목에서 가난과 범죄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베네수엘라 아이들에겐 희망이 없었다. 15살쯤 되면 손에 총을 잡고 몇 개월 후에는 길거리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던 그런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전과 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들은 총 대신 악기를 잡았다. 난생처음 음악을 접한 이들은 범죄와 가난 속에서도 음악을 통해 희망을 봤다. 그리고 35년이 지난 뒤, 차고에서 시작됐던 음악 교실은 베네수엘라 전역에 200개의 센터를 열었고, 11명이었던 단원은 30만 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세계 각지를 돌며 가난과 범죄의 땅에서 울려퍼지는 희망을 소리를 들려줬다.
<엘 시스테마>는 세상을 바꾼 프로젝트다. 10대 청소년의 범죄가 판을 치는 베네수엘라에 희망이라는 씨앗을 심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어려서 음악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정책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음악이 아이들로 하여금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8명의 동료와 함께 작은 것부터 시작해 모두가 기적이라고 말하는 ‘엘 시스테마’를 정착시켰다.
영화는 ‘엘 시스테마’의 역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의 말을 통해 과거의 일을 설명할 뿐이다. 그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엘 시스테마’의 교육 환경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생각을 들려준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음악가로서의 성공뿐 아니라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빈민가 출신이지만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가족 모두가 잘 살기 위해 좋은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등 자신의 힘든 현실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엘 시스테마>가 그다지 세련되지 못하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의 변화와 연결시킨 것은 괜찮았지만, 반복되는 카메라 앵글이나 호흡을 잘 조절하지 못한 편집 등 이야기를 집중시키는 기술적인 능력에서는 부족함도 보였다. ‘엘 시스테마’ 자체는 큰 의미가 있고 영화로 다루기에 좋은 소재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다지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2010년 8월 9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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