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의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은 <테이킹 우드스탁>은 제목 그대로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소재로 한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1969년 미국 뉴욕주 베델 평원에서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공연 실황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이 페스티벌의 기획자인 엘리엇 타이버의 동명 자전 소설을 영화화한 <테이킹 우드스탁>은 우드스탁 페스티벌 뒷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록 페스티벌의 시작이 부모의 모텔과 마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벌였다는 것, 초코우유 맛에 반해 젖소들이 풀을 뜯어 먹는 베델 평원에서 열기로 결정한 일, 그리고 이 많은 인원들이 모인 이유가 자유를 부르짓었던 엘리엇의 말 한마디 때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감독은 영화를 통해 페스티벌을 유치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영화는 페스티벌의 숨겨진 뒷이야기만으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는다. 이안 감독은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등 초기작부터 가족이란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왔다. <테이킹 우드스탁>도 예외는 아니다. 엘리엇은 화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림보다는 부모님의 모텔을 관리하는데 더 힘쓴다. 그는 어디론가 떠나 자유로운 세상을 만끽하고 싶지만, 언제나 제자리다. 이런 와중에 록 페스티벌은 그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발화점인 동시에, 가족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로 쓰인다. 자유를 찾아 정처 없이 떠나는 히피들은 그에게 자유를 찾으라 손짓하고, 엘리엇은 그들의 삶에 쉽게 동화된다. 그리고 그 힘을 얻어 자신을 억압하는 엄마에게 당당하게 맞선다.
영화는 엘리엇이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는 동시에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평화, 사랑, 평등의 의미를 절묘하게 교합한다. 멀리 무대는 보이고 음악도 들리지만 카메라는 그곳을 애써 비추지 않는다. 다만 베델 평원으로 가는 히피들의 행렬, 헬멧에 꽃을 달고 그들에게 융화되는 경찰관, 전쟁의 상흔과 이념의 충돌 없이 마음껏 노는 사람들 등 분위기로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말한다. 또한 엘리엇은 이 분위기에 취해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간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소재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유연하게 푼 이안 감독의 연출력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힘을 얻는다. 엘리엇 역의 디미트리 마틴은 어수룩하면서도 자유를 찾는 소년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고,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엄브리지 교수로 등장했던 이멜다 스턴톤은 매사에 꽉 막혀있고, 돈만 밝히는 엘리엇의 엄마 역을 인상 깊게 그려낸다. 또한 베트남전에 참전한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엘리엇의 친구로 에밀 허쉬가, 영화에서 게이 같지 않은 모습으로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리브 슈라이버의 새로운 모습까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이안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두고 봤을 때 <테이킹 우드스탁>은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동안 봐왔던 익숙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가족이란 굴레, 동성애, 자유로운 삶을 찾아가는 여정 등 이안 감독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베어있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 음악을 듣기 위해 영화를 찾는다면 발길을 돌려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테이킹 우드스탁>에서 음악은 그리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올해 임진각 비무장지대에서 열릴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앞두고 음악을 향유하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는 분들에게는 영화보다 O.S.T를 권한다.
2010년 7월 26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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