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는 7년의 오랜 기다림이 일군 결과물이다. 8,000만 달러라는 제작비가 투입된 거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참고로,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는 2008년 개봉한 <지구>다. <지구>에는 무려 1,500만 달러가 쓰였다.) 제작진은 무소음 전기 엔진을 장착한 소형 헬리콥터, 파도와 풍랑에 강한 자동 균형 유지 카메라, 디지털 센서를 자유롭게 유지하도록 고안된 수중 카메라, 폴캠, 수중견인 촬영 장비 등을 이용해 100여종의 바다 동물들을 밀착 취재했다.
개중에는 바다표범이나 펭귄, 상어와 같이 친숙한 생명체들도 있지만, 담요 문어, 솔베감펭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해양 생물들도 차고 넘친다. 특히 케이프 가넷 수천 마리가 바다로 수직 낙하해 먹이를 낚아 채는 장면의 웅장함은 가히 예술이다. 파란 하늘과 그보다 짙푸른 바다를 넘나드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다큐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착각도 든다. 수백만 마리의 거미 게가 거대한 집을 쌓으며 허물을 벗는 장면 역시 입을 딱 벌어지게 하는 장관이다. <지구>에서 집중 조명 된 혹등고래도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이번에 만나는 혹등고래는 <지구>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구>가 먹이를 얻기 위해 6,400km나 되는 바닷길을 헤엄치는 혹등고래 어미와 새끼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수컷과 암컷이 사랑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제 짝을 찾기 위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그네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 평화를 유지하던 이들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건,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다. 균형을 깨는 건 물으나 마나 인간이다.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포획당하는 바다 생물들의 비극은 저녁 밥상에 올라 올 생선들을 잠시 외면하게 할 기세(?)다. 특히 상어를 잡아 올린 어부들이 그들의 꼬리와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몸통은 바다로 버리는 장면은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신파극 같다. 지구온난화로 생의 터전을 잃어가는 북극곰의 사연 역시 우리에게 저릿한 각성의 시간을 안긴다.
<오션스>는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이러한 완성도가 국내로 넘어오면서 일부분 훼손된 느낌이다. 다름 아닌, 내레이션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자끄 페렝이 미국과 일본에서는 피어스 브로스넌과 미야자와 리에가 담당했던 내레이션을 국내에서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부녀 정보석과 진지희, 성우 배한성이 맡았다.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한 외국과 달리 세 사람에게 힘을 분산 시킨 건, 보다 극적인 재미를 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선택에 관객들이 얼마나 동의해 줄지는 의문이다. 시트콤에서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지고 온 정보석과 진지희의 산만한 대화가 숭고한 바다 속 모습에 포개지지 못하고 겉돈다. 차라리, <아마존의 눈물>이나 <인간의 땅>이 그랬듯 1인 배우로 기용하는 게 나을 뻔 했다.
2010년 7월 23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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