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네이트(조엘 데이비드 무어)는 여섯 살 때 같은 반으로 전학 온 크리스타벨(패리스 힐튼)을 잊지 못한다. 여자 친구를 만나도 머릿속에는 온통 크리스타벨 생각 뿐. 결국 네이트는 그녀를 찾아 어릴 적 살던 LA로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여전히 아름다운 크리스타벨을 만나 데이트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와의 만남에 방해되는 사람이 있었으니, 어릴 때부터 그녀 곁에 붙어 있는 폭탄녀 준(크리스틴 라킨)이다. 준을 홀로 남겨두고는 데이트 할 수 없다는 크리스타벨의 선언에 네이트는 준을 떼어낼 방법을 강구한다. 그러던 중 모든 조건이 완벽한 치과의사 요한이 나타나고, 준이 치료를 통해 미녀로 환골탈퇴하면서 네 사람의 관계는 꼬이기 시작한다.
‘The Hottie and the Nottie(미녀와 폭탄)’. 이 영화의 원제다. 예상했겠지만 영화에서 미녀는 패리스 힐튼이고, 그녀의 미모를 돋보이게 해 주는 폭탄은 따로 있다.(폭탄으로 나오는 준의 분장은 누가 고안해 놨는지, 참. 초등학교 학예회 배우 분장도 이 보다는 사실적이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섹시한 미녀는 괴로워>는 질 좋은 코미디 물이 절대 아니다. 외모에 대한 고정된 편견에 반기를 드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이를 오락적 수단으로 교묘히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편견에 대해 솔직히 까발리는 게 나을 뻔 했다. 그랬으면 그러지 말라고 두둔이라고 했을 텐데, 시종일관 착한 척 하기에 바쁘니 얄미운 영화가 돼 버렸다.
뒤 늦게 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네이트의 마음도 공감은커녕, 우습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마치 밑바닥 저 끝에서 우러나온 진심인 냥 생각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솔직해 지자. 그가 준에게 마음이 흔들린 결정적인 이유는, 준과 마음이 통해서가 아니다. 그녀의 바뀐 외모 때문이다. 과연 준의 외모가 폭탄으로 남아있었어도 네이트의 마음이 움직였을까? 결국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고 싶었다는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영화는 외모에 대한 편견을 더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더 테레사 같은 얼굴로 준을 바라보는 패리스 힐튼을 보는 게 참으로 고역이다.
2010년 6월 17일 목요일 | 글_ 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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