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떠오르는 강자
알다시피 드림웍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데이비드 게펜이 공동으로 설립한 영화제작사다. 스튜디오 전체로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영화도 제작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히트작이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드림웍스 내의 한 부서로 작업을 했지만, 퍼시픽 데이터 이미지사와 합병하며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 드림웍스로부터 분리됐다.
이들은 디즈니-픽사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디즈니가 동화와 같은 전통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면, 드림웍스는 동화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원했다. 그래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바로 ‘스토리’다. 동화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재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매체의 특성이 비단 CG와 같은 기술적인 측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소재와 이야기에 따른 표현방법 전체를 의미한다.
1998년 <이집트의 왕자>로 시작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세 번째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슈렉>에서 만개한다. 디즈니를 정면으로 반박하며(볼일을 보고 동화책을 찢어서 뒤를 닦는 슈렉!) 전래동화를 비튼 <슈렉> 시리즈는 드림웍스를 애니메이션 시장의 리더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후 <마다가스카> 시리즈, <샤크> <헷지> <꿀벌 대소동> 등을 거쳐 <쿵푸팬더>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은 디즈니-픽사를 위협할 정도의 압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애니메이션계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나, 뚜렷한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그 즈음에 제프리 카젠버그는 3D를 만났다.
3D로 정상 등극을 노린다
<슈렉> 시리즈의 성공이 <마다가스카> 1,2편과 <쿵푸팬더>를 거쳐 올 여름 <슈렉 포에버>까지 이어지며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자신들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그동안 이 라인업은 드림웍스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려먹었다는 인상도 있지만, 여하튼 웰 메이드 애니메이션이니 관객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리라. 하지만 제프리 카젠버그는 이런 식으로는 디즈니-픽사를 제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인가 더욱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야만 했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폴라 익스프레스 3D>를 본 이후, 자사의 모든 애니메이션을 3D 입체로 제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3D에서 이미지의 미래를 봤다. 입체감이라는, 단순한 기술적 표현을 본 것이 아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비주얼 문화 전반을 지배할 3D의 미래를 본 것이다. 그렇게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3D 입체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이미지를 입체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를, 생각 자체를 입체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큰소리 치고 내놓은 첫 작품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3D 입체 애니메이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를 얻긴 했지만, 흥행에서는 평범했다. 미국 박스오피스 첫 주 1위를 했지만, 3D 입체영화의 높은 티켓 값이 한 몫을 한 결과였다. 첫 인상을 강하게 주지 못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3D 입체 애니메이션의 영광을 다른 회사들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2009년 칸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한 <업>이나 현란한 입체영상을 잘 구현한 <아이스 에이지 3>, 소니픽처스의 야심작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등이 3D 입체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대명사로 떠올랐다.
<드래곤 길들이기>로 달라진 드림웍스의 3D 위상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3D 기술이 영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리고 그 힘은 비주얼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 바 있다. 3D 입체영화를 영상혁명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새로운 비주얼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3D는 호기심어린 시선을 받는 것에만 만족할 수 없다. 영화 역사의 발전을 이끌었던 여러 요소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시각적인 변화 역시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다 큰 영향력을 인지해야 한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소리의 개념을 이해했고, 영화 속에 접목 시켰다. 단순히 ‘소리가 나는’ 영화가 아니라, 화면 밖의 사운드나 목소리 등을 이용해 새로운 영화문법을 만들어냈다. 컬러는 어떤가? 흑백에서 컬러가 되면서 색감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색은 미장센이나 프로덕션 디자인의 비중을 높였다. CG 역시 유행 장르를 선도했고, CG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색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변화시켰다. 3D 역시 마찬가지다. 곧 시각적인 효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새로운 영화 문법을 만들어낼 것이다. 특히 그것은 기획이나 이야기 구성과 같은 영화의 시작 단계부터 영향을 줘야 할 것이다. 3D에 맞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어낼 것이고, 그로 인해 유행장르가 바뀌고, 영화의 관람방법이나 문화 자체가 바뀔 것이다.
그래서 <드래곤 길들이기>는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한다. 그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현란한 장면을 위해 용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에서 용이 하늘을 나는 장면은 여러 입체감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드래곤 길들이기>는 계산적으로 3D를 사용하지 않았다. 3D를 강조하기 위해 뜬금없이 관객을 향해 물건을 던지는 따위의 장면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에 3D를 적용했을 뿐이다. 하늘을 나는 장면뿐 아니라 전투 장면, 수중촬영, 단순한 대화 장면이나 그냥 지나가는 모습 등에서조차 입체감이 살아있다. 이건 입체‘감’이 아니라 ‘진짜’ 입체다.
카젠버그가 내다본 3D의 미래는 <드래곤 길들이기>부터 첫 발을 내딛는다. 3D는 하나의 도구로 치부되기에는 너무 혁명적이다. 앞으로의 3D 입체영화는 기획이나 이야기 구성에서 2D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비주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얘기되고 있지만, 3D는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넘어 비주얼 문화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개념과 발상으로 영향력을 넓혀갈 것이다. 영화에 소리가 나왔을 때처럼, 컬러가 나왔을 때처럼, 컴퓨터그래픽이 등장했을 때처럼 말이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3D의 미래 환경에 당당하게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드래곤 길들이기>로 시작됐다.
2010년 5월 26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