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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당했다. 사실 <드래곤 길들이기>의 예고편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드림웍스가 <슈렉 포에버> 개봉 전에 징검다리처럼 놓는 영화 정도겠지 싶었다. 동시에 픽사의 <토이 스토리 3>에 너무 많은 관심이 쏠리지 않기를 바라는 견제구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래곤 길들이기>는 그야말로 복병이었다. 이야기로 따지자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정도지만, 궁극의 입체감은 세상이 왜 3D에 열광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곳은 버크섬. 바이킹의 후예들은 오랫동안 용들과 전쟁을 치르며 살고 있다. 용맹한 바이킹 족장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는 항상 선봉에서 용들과 싸운다. 하지만 스토이크의 아들 히컵(제이 바루첼)은 왜소한 체격에 마음도 여려 바이킹으로서는 부적격이다. 하지만 운 좋게 전설의 용 투슬리스를 생포하게 된 히컵. 그는 차마 용을 죽이지 못하고 친구가 된다. 마을에서는 여전히 용을 상대로 한 전쟁 연습이 한창이지만, 히컵은 몰래 투슬리스의 다친 꼬리를 고쳐주는 등 우정을 나눈다. 그러다 히컵은 용들이 마을을 공격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바이킹과 용은 힘을 합쳐 적에게 맞선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친구와의 우정, 가족 간의 사랑을 그린 전형적인 가족 애니메이션이다. 바이킹과 용이라는 소재를 내세웠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 자체는 일반적인 기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서로 적이라고 생각했던 바이킹과 용이 결국 우정을 나누며 친구가 되고, 나약하고 소심한 아들에게 실망했던 아버지는 아들이 지닌 진정한 용기와 지혜를 보게 된다. 친구들 역시 처음엔 소심한 별종이라며 히컵을 놀렸지만, 용을 잘 다루는 그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영화는 바이킹과 용의 우정이라는 큰 뼈대에 다양한 에피소드와 유머러스한 캐릭터, 코믹한 대사들로 살을 붙였다. 여기에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용을 타고 하늘을 난다는 설정으로 어드벤처 영화의 방점을 찍었다. 디테일한 표현이나 정교함은 말할 것도 없다. CG 애니메이션의 그래픽 완성도는 이미 어떤 경지에 올라섰다. 여기에 3D라는 최근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했다. 하지만 단순히 입체감을 통해 3D 상영관에서 티켓 가격이나 높이자는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입체감만을 따진다면, 감히 <아바타>에 버금간다 하겠다.
드림웍스는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의 명가 디즈니를 넘어서야 하고, CG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인 신흥 명가 픽사도 이겨야 한다. 결국 드림웍스의 CEO 제프리 카젠버그가 선택한 방법은 3D였다. 그리고 가시적인 결과물이 바로 <드래곤 길들이기>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입체감은 지금까지 나온 3D 입체영화들이 보여줬던 “이미지나 사물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네” 정도가 아니다. 그야말로 관객의 몸을 향해 이미지가 날아와 팍팍 박힌다. 특히 용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나 전투 장면과 같이 움직임이 많은 경우엔 입체감이 극에 달한다. 뿐만 아니다.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일반적인 장면이나 원거리에서 보는 배경에도 입체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입체 효과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입체 덩어리로 만들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3D 입체영화의 또 다른 진일보를 보여준 작품이다. 이야기적인 재미에 황홀한 영상은 3D 입체영화가 나아갈 올바른 길을 제시해줬다. 어느 한 군데를 강조하는 입체감은 3D 입체영화에 부담으로 작용했고, 2D를 3D로 전환한 작품들은 3D에 대한 안좋은 인상만 남겼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영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특히 IMAX 3D에서 관람한다면 그야말로 ‘진짜 3D’를 맛보게 될 것이다. 3D 입체영화에 관심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히 강추다. 3D 입체영화는 이제 슬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헌데 <드래곤 길들이기>는 벌써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이뤄냈다.
2010년 5월 14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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