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예고편을 봤을 때는 이 영화의 깊은 속내를 완전히 알지 못했다.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빅 브라더들이 겉모습에 가려진 자신들의 내면을 보여주며 외모지상주의에 똥침을 가하는, 뭐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사이즈의 문제>는 그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다이어트와 비만이라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를 소재로 잘 활용하면서도 ‘몸보다 마음을 봐주세요’와 같은 순진하고 착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다이어트와는 담을 쌓고 자라온 헤르젤(이지크 코헨)은 나이를 먹어서도 불어난 체중 때문에 문제가 많다. 마음먹고 다이어트 클럽에도 가보지만, 남들과 달리 계속 불어나는 체중 때문에 클럽에서도 쫓겨난다. 하지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 제하라(이리트 카플란) 덕에 힘을 내는 헤르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일식집에서 TV를 통해 스모 경기를 보게 되고, 친구들을 모아서 스모에 도전하기로 한다. 비록 뚱뚱한 외모지만 사회적인 편견이나 차별 없이 마음껏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스모. 헤르젤은 스모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삶의 긍정적인 부분도 발견한다.
<사이즈의 문제>는 뚱뚱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이어트와 비만이라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살과의 전쟁에서의 승리라거나 외모 뒤에 감춰진 인간미를 찾아가는 과정과 같은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지 않는다. 뚱뚱한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실질적인 삶을 찾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록 뚱뚱한 몸 때문에 카섹스도 못하고, 간혹 의자도 부러지고, 실수로 다이어트 콜라를 갖다 주는 점원과 싸우기도 하지만, 살이 쪘던 그렇지 않건 각자의 어차피 인생이란 여러 난관이 있는 거 아니겠나.
영화 속 인물들은 처음엔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한 모습이 되고 싶어 한다. 뚱뚱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차별받는 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살을 빼는데 인생을 다 쓸 수 없다고 생각한 후로는 태도가 바뀐다. 다이어트 클럽 원장은 그들을 고래라고 비난하고, 여자에게는 임신하면 체중이 늘기 때문에 절대 임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까지 한다. 하지만 헤르젤과 친구들은 지금 현재의 모습에서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통해 스스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일, 조금 더 자랑스러운 아들과 남편, 연인이 되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영화 속 대사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날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영화는 그들이 스모를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스스로도 만족감을 얻는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는 않는다. <사이즈의 문제>가 하려는 얘기는 비만을 이겨내라는 게 아니라, 비만을 콤플렉스로 받아들이는 생각 자체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동성애자지만 자신의 뚱뚱한 몸 때문에 속병을 앓던 친구가 한 남자를 만나 자신감을 얻어 커밍아웃을 선언하고, 자신이 뚱뚱해서 부인이 바람이 났다고 생각한 친구는 부인의 내연남이 자기보다 더 뚱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다. 제하라도 마찬가지. 임신하면 체중이 더 불어나지만 사랑을 얻었다는 것에 더 행복해한다. 이들 모두 비만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비만을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는 스스로의 생각을 극복했다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다.
<사이즈의 문제>는 말 그대로 단지 크기에 대한 문제다. 사람의 다양성은 그 외모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마른 사람이 있으면 뚱뚱한 사람도 있는 거다. 아무리 비만이 질병이라지만 그들을 환자로만 볼 수는 없잖나. 특히 스스로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현재의 모습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비록 영화에서는 뚱뚱한 사람들을 통해 코믹한 상황을 만들기는 하지만, 결코 그들의 외모나 덩치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지는 않는다. 여전히 사람들의 선입견과 사회의 기준은 뚱뚱한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외부적인 시선보다 스스로의 콤플렉스를 먼저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자신이니까.
2010년 4월 9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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