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작품인 <어둠의 아이들>은 <KT>로 알려진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작품이다. 태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소아 매춘과 장기 매매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영화는 무엇을 선동하거나 말초적인 분노를 자극하는데 힘을 쏟지 않는다. 냉정하게 사실을 보여주고, 보는 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한다. 일본에서 2개 상영관에서 시작해 120개 이상의 상영관으로 확대 개봉하며 파장을 일으킨 <어둠의 아이들>은 일본 외의 다른 나라 개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국 주재 신문사에 근무하는 히로유키(에구치 요스케)는 일본에서는 금지된 소화 장기 이식수술이 태국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접하고 히로아키(츠마부키 사토시)와 취재를 시작한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태국의 장기이식이 일반적인 이식이 아닌, 살아있는 아이의 몸에서 강제로 떼어내는 수술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한편 태국에서 NGO 일을 하게 된 케이코(미야자키 아오이)는 실제 태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 장기매매와 소아 매춘을 실제로 접하며 힘들어 한다. 신문 기자로서, 봉사단체의 일원으로 태국의 현실에 맞서려는 이들. 하지만 눈앞에서 팔려가는 아이들을 보고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는 자신들의 모습에 한계를 느낀다.
<어둠의 아이들>은 <피와 뼈>의 양석일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애초에 영화화가 쉽지 않았던 작품으로, 양석일 작가 역시 이 영화를 연출하겠다는 사카모토 준지 감독을 바보라고 할 정도로 어려움을 인정했다. 하지만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처음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영화화를 위해 소설을 접하고,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영화화를 위해 자료를 모으면서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동 매춘과 장기 매매의 진실을 알게 됐고, 일본인들이 태국 아이들을 유린하고 동영상을 올리는 사이트를 보면서 스스로도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되는 듯한 무서운 경험도 했다. 준지 감독은 <어둠의 아이들>을 영화로 만들면서 단지 현실을 고발하는 데에 그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선악을 구분해 성토하고 분노하려고만 하지 않는다.
영화는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학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감금된 상태로 변태적 취향의 백인과 동양의 다른 나라 어른들의 노리개가 되고, 에이즈에 걸리면 비닐봉투에 담겨 버려진다. 간혹 가까스로 탈출해 집으로 돌아온다 해도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는다. 관객은 어디까지가 영화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충격에 빠진다. 뉴스를 통해 막연히 알던 것과는 다르게 막상 눈으로 본 모습은 끔찍하기 이를 데가 없다. 물론 이 영화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하지만 적당히 거리를 두는 카메라와 인물의 감정을 클로즈업으로 전하는 화면은 다큐멘터리만큼 강한 힘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 역시 사실적으로 잘 표현되는데, 장기 적출을 당할 아이를 직접 보고도 구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고통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는 태국의 현재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촬영 당시에도 허가를 받지 못해 태국의 영화사와 공동 제작 형태로 진행됐으며, 일전에 이 문제를 다루려던 독일 제작진이 태국 갱들에게 총격을 당한 사건도 있어 부담이 컸다. 또 일본인들의 추악한 모습을 그려낸 부분에서는 일본 네티즌의 비난과 극우파의 거센 저항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누군가를 자극하거나 지탄하고, 반대 진영을 선동하기 위해 이 영화를 찍지 않았다. 이러한 일이 단순히 태국만의 문제라고도 보지 않았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물론,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현실과 인간 본성 자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갖길 원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거울을 보는 장면에서는 이러한 의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범죄자들의 기사를 스크랩한 거울로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장면은 이러한 일에서 누구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무거운 영화지만,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와 같은 일본의 젊은 배우들이 비중있게 출연한다. 이들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고,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모두가 이 현실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둠의 아이들>은 일본에서만 상영됐으며, 해외에 진출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너무 무거운 주제와 끔찍한 현실로 극장 개봉까지 가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일도 아니고, 모른 척 한다고 멈추지도 않는다.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해야 한다.
<어둠의 아이들>은 극적인 요소로 감정을 조절하기보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감정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거짓말을 보태지도 않는다. 실제 있는 것, 직접 눈으로 본 것만을 그린다. 이러한 방법은 사건의 한 가운데 놓인 인물들의 괴로움은 물론, 밖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 격한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어둠의 아이들>은 불편한 영화다. 인정하기 힘들 정도로 가혹한 현실은, 마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버겁다.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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