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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두려움이 없으면 사람은 죽지 않는다
마녀의 관 | 2010년 2월 25일 목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돼 많은 관심을 받았던 <마녀의 관>이 뒤늦게 개봉된다. <기담>의 원작자로 이름을 알린 박진성 감독은 러시아 대문호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의 ‘비이 VIY’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비이 VIY’는 몇 번 각색돼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박진성 감독은 원작 고유의 서사구조를 최대한 유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영화 속에서 연극과 문학을 오가는 특이한 구성은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난해하지만, 영화의 주제에는 더욱 저돌적으로 다가선다.

제 1막 이상한 여자, 고골의 원작 ‘VIY’를 영화로 만들려는 감독 P(정승길)는 오디션을 통해 여배우(임지영)를 만난다. 연기 경험이 없는 배우였지만, 완벽한 재능을 지녔다. 그런데 이 점이 마음에 걸린다. 감독 P는 여배우의 완벽함에 적개심을 드러내고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제 2막 마녀의 관, 19세기 신학생 호마(정승길)는 들판에서 마녀(임지영)를 때려죽인다. 어느 날, 영주의 딸 시신 옆에서 사흘 동안 기도문 낭독을 하게 된 호마는 그 젊은 아가씨가 마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 3막 커튼콜, 룸살롱에서 밴드 생활을 하는 시각장애인 앙리박(정승길)은 젊은 연극인들의 작품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밤마다 연습을 한다. 몸은 힘들지만 그의 음악성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함께인 것이 행복했다. 하지만 앙리박을 이상하게 여긴 룸메이트는 어느 밤에 그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극단 연습실에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마녀의 관>은 사람의 생각이 그 사람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짓는 지를 보여준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미리 알아버린 것처럼 완벽한 여배우에게 감독은 트집을 잡고, 부정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생각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까지 부정적으로 만든다. 신학생 호마 역시 자신이 갖고 있는 공포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불안으로 스스로를 황폐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현실과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이 현실이라 믿으면서 모든 공포가 시작된다.

시각장애인 연주자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객관적인 사실을 전복시키는 공포를 보여준다. 스스로가 만든 생각을 실제 생활이라고 믿는 남자는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만의 공상 속에서 새로운 삶을 만든다.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손쉽게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세상을 진짜 현실과 바꿔 버린다. 자신의 생각이 자신은 물론 자신이 속한 세상까지 바꿔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공포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믿기 시작하면서 생긴다.

<마녀의 관>은 연극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3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미장센이나 로케이션 등의 영화적인 개념이 배제된 부분도 있다. 연극 무대처럼 한 공간에서 인물과 조명으로 비주얼을 만들고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언뜻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직관적인 이해를 수반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주변 요소를 배제해 주제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상자 속에 손을 넣고 물건을 더듬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각은 없던 공포까지 만들어낸다.

이 영화가 대중적으로 성공하리라는 예상은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자기가 느끼는 공포가 결국 자기 안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피폐해져 가거나, 생기지도 않은 일을 상상만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을 재편할 수 있다. 두려움이 없다면 사람은 죽지 않는다. 공포 역시 그렇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것을 믿기 시작하면서 공포는 시작된다.

2010년 2월 25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진짜 공포는 각자의 생각에서 시작된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우직하고 주제를 향한다
-사실이 아니어도, 생각을 믿기 시작하면 생각이 사실이 된다
-연극적 형식을 차용한 구성이 영화적인 매력을 떨어뜨린다
-확실히 대중적이지 않은 형식적인 특징
18 )
leena1004
잘 봤어여~   
2010-03-22 13:08
loop1434
기대   
2010-03-17 02:14
nada356
의미심장한 영화~   
2010-03-03 11:20
leena1004
잘봤습니다^^   
2010-03-03 10:15
wlngss
기대됩니다   
2010-03-02 16:09
wjddkgks
기대되요   
2010-03-01 18:44
gkffkekd333
기대됩니당~   
2010-03-01 15:26
fa1422
잘봤어요   
2010-03-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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