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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낭만과 향수에 젖은 역사물
바비 |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 하정민 이메일


영화에서 역사를 다루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사건 한 복판에 뛰어들어 경위를 파고드는가 하면,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이나 그로인한 파장을 주목 하기도 한다. 장르는 스릴러가 될 수도 있고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시점 역시 다양하다.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개인 혹은 집단의 시선으로 사건을 그린 영화가 있는가 하면 특별한 접점이 없는 사람을 관찰자로 내세우기도 한다. 로버트 F. 케네디 암살사건을 소재로 한 <바비>는 필연적으로 혹은 우연히 저격이 일어난 호텔에 있었던 사람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역사적 순간을 회고한다.

바비는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로버트 F. 케네디의 애칭. 케네디는 1968년 6월 5일 캘리포니아 주 예비 선거 승리 직후 선거 사무소가 차려진 LA 앰버서더 호텔에서 피살당한다. 영화는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바비의 참모진부터 호텔 직원,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던 6월 5일 LA 앰버서더 호텔의 하루를 그린다.

선거 결과를 기다리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참모진 웨이드(조슈아 잭슨)와 드웨인(닉 캐논), 그들의 눈을 피해 마약상 피셔(애쉬튼 커쳐)를 찾아가는 선거 자원봉사자 쿠퍼(샤이아 라보프), 미국 역사의 한 자락을 목도했던 도어맨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존(안소니 홉킨스)과 그의 말동무 넬슨(해리 벨라폰테), 총지배인 폴(윌리엄 H. 메이시)과 그의 아내인 호텔 미용사 미리엄(샤론 스톤) 그리고 그의 불륜 상대인 전화교환원 안젤라(헤더 그레이엄), 친구사이지만 베트남 징집을 피하기 위해 위장 결혼을 결심한 윌리엄(엘리야 우드)과 다이안(린제이 로한), 바비가 연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투숙한 중년부부 잭(마틴 쉰)과 사만다(헬렌 헌트), 알콜 중독인 퇴물가수 버지니아(데미 무어)와 그녀의 매니저이자 남편인 팀(에밀리오 에스테베즈) 그리고 주방장 에드워드(로렌스 피쉬번)와 주방보조 호세(프레디 로드리게스), 이들을 괴롭히는 매니저 대럴(크리스찬 슬레이터)의 하루다.

그 날 하루 동안 개인에게는 평온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 불륜사실이 드러나면서 폴과 미리엄의 결혼생활은 위기를 맞고 버지니아와 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며 멕시코인 스태프에 대한 대럴의 횡포는 결국 해고로 이어진다. 윌리엄과 다이안의 결혼은 불안을 동반한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일탈의 욕망을 이기지 못한 쿠퍼의 하루는 어떠한가. 90% 가량을 이들의 하루를 묘사하는데 할애한 <바비>는 이들이 어떻게 비극적인 역사에 휘말렸는지를 조망한다. 역사의 주인공인 케네디는 자료화면과 역할을 맡은 배우의 뒷모습을 통해서만 등장할 뿐이다. 암살사건의 직접적인 전후 사정이나 원인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인물들의 하루를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그들 각자에게 일어난 특별한 일이 역사적 사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을 설파한다.

하지만 배우 겸 감독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진정 관심을 보인 것은 평범한 사람들을 옭아맨 역사의 비극성이 아니라 1960년대 시대상인 듯하다. 호텔 주방 보조부터 히피 마약상까지 <바비>의 인물들은 나이, 인종, 사회적 지위는 모두 다르지만 1960년대 미국 사회를 대변하는 사람들이다. 로버트 F. 케네디로 응집되던 당시 정치상황, 윌리엄과 다이안을 위장결혼으로 이끈 베트남 전쟁, 사회에 만연한 유색인종 차별, 고압적인 사회에 대한 반동이 낳은 히피족 등 <바비>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1960년대 시대상을 짚어나간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미국의 새로운 희망으로 불렸던 로버트 F. 케네디가 살아있던 시대를 복기한다.

과거를 회고하는 어조는 낮고 담백하지만 시선은 퍽 낭만적이다. 그 시대의 복식을 아름답게 재현한 배우들의 모습, 적정 수위에서 멈추는 고민과 갈등, 히피 문화의 음지를 묘사할 때 동원된 판타지 요소와 그 시대를 풍미한 감미로운 팝은 <바비>를 심각한 역사물이 아니라 가볍고 트렌디 한 드라마로 받아들이게 한다. 비록 바람을 피우고 마약에 취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악인보다 선인에 가깝다. 이 안에서 로버트 F. 케네디가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 그려졌음은 물론이다. 영화의 낙관적인 에너지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은 미국의 이상과 미래를 웅변하는 케네디의 자료 화면이 삽입될 때다. 이런 영화의 시선은 그날의 역사나 케네디에 대한 그 어떤 재해석의 여지도 남기지 않는다. 만약 이런 시선에 동의한다면 <바비>는 신선한 역사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향수와 미국적 낭만주의가 간지러운 관객에게는 그저 그런 평범한 드라마가 될 여지가 크다.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 글_하정민(무비스트)




-미국인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케네디 가문은 여전히 흥미로운 대상이다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날카로운 이성 대신 말랑한 감성이 돋보이는 역사물
-소문대로 모이기 힘든 할리우드 스타 20인이 총출동했다
-케네디를 향한 한 할리우드 인의 고백 혹은 연서
-무한 예찬 속에 실종된 시대에 대한 성찰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격언을 무시하지 말 것
20 )
kisemo
기대되요   
2010-03-01 13:11
youha73
잘 읽었습니다!   
2010-02-14 16:10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0:32
monica1383
기대   
2010-02-02 15:16
scallove2
재밋게땅   
2010-01-30 21:15
mvgirl
내용은 다소 지루, 마지막 20분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음..   
2010-01-30 08:09
hyosinkim
화려한 캐스팅   
2010-01-29 21:46
ooyyrr1004
와우 배우들 봐라 ㅋㅋㅋ캐스팅 진짜 ㅋㅋㅋ   
2010-01-2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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