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밝고 명랑했던 미르코(루카 카프리오티)는 사고로 시력을 잃는다.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는 법에 따라 특수학교에 오게 된 미르코. 부모 곁을 떠나 외로움에 휩싸이고,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기숙사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녹음기를 갖게 된 미르코는 유일한 학교 친구인 펠리체(시모네 굴리), 학교 관리인의 딸 프란체스카(프란체스카 미투란자)와 함께 ‘소리 나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천국의 속삭임>은 우연한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음향감독이 된 미르코 멘카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극장에 자주 가며 영화감독과 배우를 꿈꿨던 그는 시력을 잃은 후에도 영화에 대한 사랑은 계속 이어나갔다. 눈이 보이지 않아 자연스럽게 청각이 발달한 미르코 멘카치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영화 음향감독이 되었다. 감독은 불행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아가는 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전한다.
영화는 소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미르코를 통해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다. 녹음기로 온갖 소리를 담는 미르코는 점점 들리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상상력으로 스케치 한 후, 소리로 색을 입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그가 만들어 낸 소리와 그에 걸 맞는 이미지들은 서로 합쳐져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한다. 더불어 영화는 미르코와 친구들이 만든 ‘소리 나는 영화’를 마지막에 배치해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아역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는 영화에 힘을 불어 넣는다. 영화 속에서 시각장애인을 연기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감독은 캐스팅에만 1년여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주인공 미르코를 뺀 나머지 소년들은 거의 대부분 실제 맹인으로 구성해 영화의 사실감을 불어 넣었다. 특히 미르코의 친구 펠리체 역을 맡은 ‘시모네 굴리’도 실제 맹인으로, 명랑함과 유쾌함을 함께 전하며 열연을 펼친다. 또한 <천국의 속삭임>은 실화라는 측면을 부각해 장애인들이 처한 불합리함도 고발한다. 1970년대 당시, 장애인에게 정규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모두 특수학교로 보낸 이탈리아 장애인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담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영화는 전개가 뻔히 드러나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마지막에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다는 영화의 결말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보통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13개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작품상, 관객상, 특별상 등이 증명하듯 <천국의 속삭임>이 들려주는 감동은 쉽게 간과할 수 없다.
2009년 12월 17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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