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자취를 감췄던 왕년의 주먹 백이(이규회)가 어린 딸과 함께 고향에 돌아온다. 학창시절 백이와 함께 주먹을 쓰던 친구들은 그의 귀향을 반긴다. 하지만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는 그들은, 예전 진한(유오성)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며 울분을 참지 못한다. 게다가 퇴학당한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지역의 유명인사가 된 진한의 모습이 자신들의 초라한 모습과 비교돼 더욱더 시기와 질투를 느낀다. 패배자로 기억된 자신들의 삶의 한 조각을 다시 끼워 맞추기 위해 백이와 그의 친구들은 인생일대의 마지막 싸움을 준비한다.
주먹 하나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며 자신감이 넘쳤던 시절이 이제는 추억이 돼버린 39살의 아저씨들. <감자심포니>는 변변한 직업 없이 나이만 먹으며 추억 속을 살아가는 중년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친구들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다루며 액션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친구>나 <짝패>가 쉽게 연상되지만, 이 영화는 액션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그 대신 강원도 아저씨들이 이끌어가는 상황극에 치중한다.
영화는 고향에 다시 돌아온 백기와 조폭 두목이 된 진한의 신경전에 초점을 맞춘다. 예전 진한에게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했던 백기는 그때의 기억을 잊고 조용히 살려고 한다. 하지만 진한의 패거리들에게 맞고, 멸시당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본 백기는 진한과의 싸움을 다시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들의 결투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39살의 아저씨들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감독의 그들의 싸움을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그린다. 하지만 악의적인 싸움이 아닌 투박하면서도 살가운 강원도 사투리를 섞어 웃음도 유발한다. 덕분에 긴장감 보다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지어진다. 또한 배우로도 출연하는 감독의 입담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구성이 이야기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감자심포니>는 말 그대로 교향곡(심포니)형식에 따라 구성된다. 영화는 각 악장의 특성에 따라 액션, 드라마, 코미디, 느와르 등으로 상황들이 나뉜다. 그러나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여러 장르와 잘 섞이지 못한다. 그리고 맥락을 무시한 채 관객에게 웃음을 전달하기 위한 장면 배치, 액션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음악 사용,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자막 처리는 영화의 흡입력을 떨어뜨린다. 그런 탓에 그들의 싸움이 부질없다 말하며 삶의 진리를 부여하는 내레이션이 마음에 와 닿을 리가 없다.
2009년 12월 10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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