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내 영화사 미로비전과 할리우드의 매버릭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큰 메이저 영화사가 아닌 미로비전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와 손잡고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모았지만,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이후 정식 개봉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영화가 좋았다면 이보다는 더 빠르게 개봉 시기를 잡지 않았을까? 3년이나 지나서 개봉해야할 정도로 후진 영화는 아니지만, 분명 최근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무섭고 영악한데.
샘(페이 매스터슨)은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샘스 레이크’로 휴가를 온다. 샘스 레이크라 불리는 호숫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샘은 아버지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후 오랫동안 이 곳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들과 여행을 결심하고 오랜 친구인 제시(윌리엄 그레고리 리)도 합류한다. 즐거운 캠프파이어, 샘은 친구들에게 정신병원을 탈출한 소년이 가족을 몰살했던 샘스 레이크의 전설을 얘기하며 아직도 추수감사절에 사람들이 행방불명된다는 얘길 한다. 그리고 샘과 친구들은 공포체험을 위해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집으로 향하고, 그 곳에서 이상한 노트를 발견하고 전설의 진실을 알게 된다.
<샘스 레이크>는 앤드류 크리스토퍼 에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미 2002년 25분짜리 단편으로 만들어졌던 동명의 영화는 당시 여러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뮤직비디오와 방송을 주로 연출했던 앤드류 크리스토퍼 에린 감독은 자신의 단편을 장편으로 만드는 작업에 함께 했고, 어렸을 적 호숫가로 떠났던 캠프를 떠올리며 작품을 완성했다. 비록 그가 보여준 캠핑 호러 스타일은 과거의 공포영화들이 숱하게 다뤄온 전형적인 형태지만, 친구들과 둘러 앉아 무서운 이야기를 하던 휴가지의 추억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과거에 한 번쯤 경험해봤음직한 사실적인 상황에, 입으로 전해오는 전설을 섞어 효과를 배가 시켰다. <샘스 레이크>는 캐나다의 오타와 북쪽 지역인 퀘백 락 샘 지방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비정상적인 소년이 정신병원을 탈출해 가족을 몰살한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 전설처럼 전해진 이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현실과 오버랩 되면서 등장인물들을 차례로 죽인다. 물론 전실이 현실과 맞닿는 접점에는 영화적인 요소가 숨어 있다. 후반부, 정체가 밝혀지는 살인마들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전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핵심 포인트가 된다.
문제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공포의 방식이 심각하게 고루하고 복고적이라는 점이다.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살인자의 존재를 알게 되는 깜짝 반전이 있지만, 그것이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 하고 반전 자체에 그치고 만다. 이후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공포영화가 마땅히 줘야 할 공포감이 없다.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 도망가고 쫓아가는 뻔한 액션의 반복은 그 안에서 갑자기 터져 나오는 효과음으로 주위를 환기시킬 뿐이다. 임팩트 있는 비주얼도 음영을 활용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샘스 레이크>는 적당한 반전과 전설을 현실화시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단편의 호흡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장편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별다른 장점을 보이지 못한다.
2009년 10월 27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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