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로 예선을 거쳐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한 팀을 뽑은 뒤 프랑스에서 경합을 벌이는 ‘배틀 오브 더 이어’는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는 비보이들에게 성전이나 다름없는 영광의 무대다. 우승 여부를 떠나서 그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생의 목표이자 <플래닛 비보이>는 2005년도 ‘배틀 오브 더 이어’의 주역들을 비추는 다큐멘터리적 송가다. 당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의 ‘라스트 포 원’을 비롯해 전년도 우승팀이자 한국의 비보잉 크루인 ‘겜블러즈’ 그리고 미국의 ‘너클헤드 주’와 일본의 ‘이치게키’, 프랑스의 ‘페이스-T’를 비롯한 전세계 비보이들의 땀과 눈물을 조명하며 화려한 무대에 담긴 결실을 비춘다.
뉴욕에서 시작된 브레이크 댄스의 기원을 설명하는 도입부에서 현재 전세계에서 격렬하게 몸을 흔드는 비보이들의 무대와 그 뒤편을 비추는 결말부까지, <플래닛 비보이>는 딴따라와 예술가의 경계 속에서 멸시와 환호 속을 걷는 비보이들의 삶을 따라잡는다. 2005년 ‘배틀 오브 더 이어’에 출전한 각국의 팀들을 조명하는 카메라는 그들의 무대보다도 그들의 삶을 먼저 비추며 무대를 향한 비보이들의 열정을 추적해나간다. 동시에 그들의 주변부에 놓인 이들의 인터뷰를 곁들이며 그들이 몸소 견뎌나가야 했을 충돌과 갈등을 상상케 하고 격려와 위로로서 그들을 고무시킨 이들의 사연을 취득하기도 한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비보이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들이 무엇을 얻기 위해 무대를 지향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드러낸다.
천대받고 배고픈 삶 속에서도 나름의 패기와 열정을 안고 무대에 선 비보이들의 삶을 단순히 미화하기 보단 그 환경을 찬찬히 살피고 그 삶에 대한 설득력을 구성해나간다. <플래닛 비보이>는 비보이에 의한, 비보이에 대한, 궁극적으론 비보이를 위한 다큐멘터리다. 물론 <플래닛 비보이>는 2005년 배틀 오브 더 이어의 우승팀인 라스트 포 원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일본과 프랑스, 미국 등 각지를 대표하는 비보이들의 현란한 춤사위에 담긴 소박한 꿈과 뜨거운 열정을 전한다는 점에서 비보이를 위한 진솔한 헌사라고 해도 될만한 작품이다. 각 팀의 비중적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구성적으로 산만한 인상을 야기하는 인상을 부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플래닛 비보이>는 카메라가 비춘 삶으로부터 적절한 설득력을 건져 올리는 휴먼 다큐다. 고단한 삶을 견뎌내고 무대 앞에 선 비보이들이 긴장과 설렘을 밟고 무대에 올라 자신의 모든 것들을 표출하는 결말부와 피날레는 그 무대의 화려한 이미지를 넘어 그 삶에 가장 큰 의미가 될 필연적 위무를 느끼게 한다.
2009년 10월 16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