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천 환타스틱 영화제의 개막작인 <레퀴엠>은 배트맨 씨리즈 5탄의 감독으로 캐스팅 되면서 화제가 된 '대런 애로노프스키'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중독'에 대해 관찰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여주는데, 다양한 카메라 워크와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그 해악을 독특한 방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 보여지는 수직분할이라든가 약물에 중독되어가는 모습을 패스트 모션으로 처리해 강한 인상을 심는 방법등은 중독의 다양함을 표현하기 위한 감독의 보고서 처럼 보여진다.
영화의 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진다.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사라(엘렌 버스틴)는 유일한 낙인 TV쇼에 출연하라는 전화와 신청서를 받게되고 아들의 고교 졸업때 입었던 붉은색 드레스를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음식에 대한 유혹을 쉽게 이기지 못한 그녀는 돌팔이 의사에게 화려한 색깔의 약을 처방 받게 되고 그 약이 각성제와 마약 성분이 들어 있음을 모르는 그녀는 단지 날씬해 진다는 현실적 만족으로 인해 자꾸만 약에 깊이 빠져들게 되고 결국엔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정신병원에 격리되 전기충격 요법까지 받게 된다. 그녀의 아들 해리(자레드 레토)는 어머니의 유일한 낙인 텔레비젼을 팔아 마약을 살 정도로 약에 중독된 청년으로 친구 타이론(말론 웨이언스)와 함께 여름한때 마약 중계업으로 큰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쉽게 벌어들인 그 돈은 쉽게 증발해 버리고 지독한 마약중독으로 인해 해리는 왼쪽팔을 절단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 타이론은 감옥에 갇히고 해리의 여자친구 마리오(제니퍼 코넬리)는 변태섹스로 몸을 팔면서 까지 약을 구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고통의 나열은 단지 그 종류만 보여질 뿐이고 그 원인이나 문제해결의 의욕이 보이지 않아 영화를 더욱 비참하게 한다. 물론 사라가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텔레비젼에 출연을 하고 싶어 하고 또 그로 인해 그 옛날 아름다웠던 자신을 떠올리며 붉은 드레스에 집착한다는 사실은 꽤나 설득력이 있지만 해리와 타이론 그리고 마리오가 그렇게 까지 피폐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부분에서는 그닥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엑소시스트>로 알려진 엘렌 버스틴의 신들린듯한 연기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히로인 제니퍼 코넬리의 변신은 MTV적인 화면의 구성과 함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희망이 거세된듯한 영화의 결말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지나치게 어둡게만 느껴진다. 마치 제목처럼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가진 꿈에 대한 장송곡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모습으로 막을 내리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