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AI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이 생전에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만들기로했지만, 안타깝게도 큐브릭감독이 타계하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완성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몰고온 작품이기도 하다. AI의 결과는 "역시" 스티븐스필버그의 이름값만큼 아름다운 영화로 탄생되었다. 수많은 헐리웃의 SF영화들도 물론 AI에 뒤지지 않을만큼 훌륭한 영화들이 많지만, 그곳에는 가장 중요한 교훈들이 빠져 버리곤 했다. 그 교훈들은 스필버그의 전작들에서도 볼 수 있는 바로 "사랑" 그리고 "인간"이다. 21세기에 만들어진 SF영화에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전동화 "피노키오"이야기를 적절하게 배합함으로써 AI에 대한 시너지 효과는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지않나 싶다.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라는 존재와 웃음, 눈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간의 감정인 "진실한 사랑"마저 배워버린 소년 로보트.. 하지만 역시 인간이 될 수 없는 그는 부모에게 버림받게 되고 "진짜소년"이 되고 싶어한다. AI는 그런 기본적인 스토리구조에서 출발된다. 인간과 기계에 대한 관계는 이전에도 많이 다뤄왔던 소재이다. "슈퍼맨3"가 공개될때만 해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계"라는 집단이 급기야는 그들의 주인인 "인간"들을 지배하게 될것이라는 너무나 우울하고 비관적인 미래를 암시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 AI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기계 로보트가 정말 숨쉬고,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진짜 "인간"이 되고싶어 한다는 -그러나 결코 이뤄낼 수 없다는- 너무나 가슴아픈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소년 로보트의 양부모가 어쩔 수 없이 그를 버리게 되고, 눈물을 지으면서 매달리는 소년 로보트의 모습을 볼때 당신은 아마 "진짜" 눈물을 흘리게 될것이다. 아..어쩌면 스필버그 감독은 현란한 컴퓨터그래픽이 존재하는 SF영화에서 조차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 재주를 가진것일까?
1982년 외계인 ET가 진짜 지구인 소년과의 진실한 우정을 나누고 헤어지게 된 19년 후인 현재 2001년... ET를 기억하고 있는 영화팬들에겐 이 영화 AI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1982년..그 당시 초등학교 소년이었던 내가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청년이 되어버린 지금 2001년 또다시 느끼게된 그 감정들의 미묘한 교차... 아마 그것은 AI를 보고 난 후 얻게되는 또하나의 "덤"일 것이다.
"식스센스"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이 영화에서 "식스 센스"를 능가할 만한 더욱 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천진난만한 미소와 진짜소년이 되고 싶은 그의 애절한 소망이 이 영화를 정말 아름답게 만들게 해준 일등공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2년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어쩌면 이미 따놓은 당상이라고 하는것도 아마 과찬의 말은 아닐것이다. "AI"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배우가 있다. AI의 배경인 미래사회...그곳에는 갖가지 기능을 하는 로보트 들이 인간사회를 돕고 살아가는데, 그중에는 인간의 성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로보트도 있다. 이름하여 "지골로(남창)"... 그 지골로 역할을 정말 매력넘치게 연기해준 "쥬드 로"가 AI의 빼놓을 수 없는 배우다. "에너미 엣더 게이트"에서 불타는 눈동자를 가진 스나이퍼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는 진짜 로보트가 되어버렸다. 플레이보이 기질이 있어보이기도 하고, 약간은 어리벙벙한 모습도 보여주는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은 캐릭터 이지만, "쥬드 로"라는 배우가 있어서 AI의 특별함은 "배"가 되지 않나싶다. 할리 조엘 오스먼트, 쥬드 로.. 이 두 배우의 명연기는 올여름 진짜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이다. 아....한가지 더 .. 영화의 잔재미를 더해주는 "I'm not toy"라고 말하는 "테디 베어"를 보는것도 대단한 볼거리~~
영화의 배경은 북극의 빙하가 녹아 도시들이 물에 잠겨버린 가까운 미래 - "배트맨"과 "블레이드러너"의 음울한 미래 도시와도 너무나 흡사한 -, 스필버그와 큐브릭의 미래도시에 대한 상상력은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리 멀지 않음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일본풍의 인테리어와, 심지어는 도시 간판의 네온사인까지 일본어로 이루어진 AI의 음울한 미래. "일본"이라는 나라의 경제력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사실, 헐리웃영화속의 "일본 이미지"를 볼때마다 그렇게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다. 나 자신도 왜 유쾌하지 않은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도 회피하게 되면서...
영화의 후반부.. 초,중반부의 매끄러운 느낌과는 다르게, 스필버그 감독은 너무나 상상력을 "오버"하지 않았나 싶다. "제발 저를 진짜 소년으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애절하게 기도하는 소년의 장면에서 2000년을 훌쩍 뛰어넘게 되고 AI의 미래세계는 점점 더 낯설게 바뀌어 버린다. "미션 투 마스"에서 볼 수 있었던 외계인의 모습들, 그 묘하고도 낯선 이미지들로 가득찬 후반부.. 과학문명을 뛰어넘어 인간의 상상력이 -그건 단지 스필버그와 큐브릭 감독만의 상상력일지도 모른다 -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가 끝난 후의 느낌은...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씬 레드 라인", "미션 투 마스"를 보고 난 후의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와 "신"..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한 단상들.... 그저 그렇게만 말하고 싶다.
아... AI의 느낌이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와서 주저리 주저리 글을 써내려 왔지만.. 결국 AI가 주는 메시지는 "인간" 그리고 "사랑"이다. 가까운 미래... "로보트"들이 "사랑"이란 감정마저 깨닫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