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을 배경으로 동물들만이 등장하여 만들어 내는 ‘생태 다큐영화’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들과는 사뭇 다른 즐거움을 준다. 단순히 카메라만 들이대고, 기술적인 도움만 주었을 뿐 그 속에서 동물들 스스로가 보여주는 모습은 꾸밈없는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신비를 실감하게 해주고, 나아가서는 생명의 위대함까지 보여주는 ‘생태 다큐영화’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유익함을 선사한다. ‘비버’라는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 <리틀 비버>는 장 자크 아노 감독의 1988년 작 <베어>, 1996년 깐느 영화제 기술상에 빛나는 <마이크로 코스모스>에 이어 오랜만에 프랑스에서 날아 온 가족용 생태 다큐영화다.
먼저 우리에겐 조금 낯선 동물 ‘비버’에 대해서 조금 알 필요가 있겠다. 겉모습만 봐서는 커다란 다람쥐같이 생긴 비버는 ‘바다삵’이라고 불리며 수중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방수가 되는 털이 온 몸을 덮고 있고, 꼬리는 배의 노를 닮아 편평하며, 뒷발에는 물갈퀴가 달려 있다. 비버들은 대부분의 일생을 하천이나 늪에서 보내는 데, 그들 스스로가 튼튼한 앞니를 이용하여 나무나 돌, 흙 등으로 댐을 만들어 물을 막고, 그 중심부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게 특징이다.
영화는 ‘숲 속 패밀리 어드벤처’라는 거창한 홍보문구처럼 그야말로 비버와 여러 야생 동물들의 생태를 신기할 정도로 세밀하고,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 커다란 나무를 앞니로 갉아서 쓰러뜨리고, 그것을 이용해 직접 물어 온 나무, 돌 등으로 댐을 쌓는 모습부터 온 몸을 구석구석 씻는 모습,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며 움직이는 모습 등 마치 사람이 살아가는 것과 같은 비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화면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리고 <리틀 비버>에는 주인공인 비버들 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들을 담아내어 보는 즐거움을 더욱 크게 한다. 살쾡이, 고슴도치, 너구리, 스컹크, 사슴, 늑대와 수달, 부엉이 등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은 야생 국립공원을 구경 하는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동물의 왕국’이나 ‘TV 동물농장’처럼 동물들만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묘미는 성우의 친절한 내레이션 및 맛깔스런 목소리 연기라 할 수 있다. 영화 <리틀 비버>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귀여운 비버들만큼이나 큰 즐거움을 주는 주인공들이 바로 더빙을 맡은 그들이다. 영화의 전체를 이끄는 나래이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민MC 유재석이다. 거기에 주인공인 리틀 비버의 목소리를 연기한 김동현 군을 비롯하여 이경규, 김구라, 이계인, 이광기, 왕비호 윤형빈, 김영철 등이 개성 있는 목소리 연기로 영화의 재미를 십분 살려준다. 입담이라면 두 말이 필요 없는 이들이기에 유행어와 성대모사 등으로 자신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더빙연기는 영화의 양념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특히, 여러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들려주는 개그맨 김영철의 멀티 성대모사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동물원에 축 늘어진 동물들을 보는 것보다 때로는 생생하게 움직이는 영화 속 야생동물들을 보는 재미가 더 크기도 하다. 더군다나 동물도감에서나 봄직한 생소한 동물들의 실감나는 움직임과 생태를 보는 즐거움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익한 즐거움을 준다. 영화 <리틀 비버>는 거기에 맛깔스러운 재미를 하나 더 얹어주고 있다. 요즘 TV 예능계의 대세라 할 수 있는 여러 개그맨들이 한데 뭉쳐 만든 더빙 연기가 바로 그것. 어린이들에게는 동물원보다 더 풍성하고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어른들에게는 보는 즐거움 못지않은 듣는 즐거움까지 제공할 영화 <리틀 비버>. 다가오는 어린이날에 아이들 손잡고 극장 나들이 하실 분들에게는 주저 없이 강력 추천!!
2009년 4월 21일 화요일 | 글_김진태 객원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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