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야생동물과 애완동물(육식동물과 초식동물로도 나눌 수 있겠지만..) 한쪽은 와일드하고 한쪽은 애교스럽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그들은 같은 종족이라 하여도 다른 삶의 방식을 취한다. 물론 사람이 아니기에 대화를 해 볼 수는 없다. 또한 야생과 애완을 사는 각자 그룹이 서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왠지 겉모습만 봐도 참 달라 보인다. 그렇게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서로에게 적대적이기도 하고, 아니면 상대의 세상을 동경하는 마음을 품기도 하고 그러지 않을까. <부그와 엘리엇 2>는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야생계에 적응해 나름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게 된 풍성한 곰 부그와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사슴 엘리엇. 엘리엇과 그의 아름다운 단짝 사슴 지젤의 결혼식이 있는 날, 애완동물임이 싫어 야생계로 온 애완견 위니가 먹을 것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애완동물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를 목격한 엘리엇의 신고로 야생동물들은 위니를 구하기 위해 애완동물의 세계로 들어선다. 야생의 동물들이니 애완동물들 쯤은 넉넉히 이길 것 같지만, 그들은 소심했고 애완동물들은 거칠고 터프했다. 특히 애완동물의 리더로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하고 까칠한 피피의 공격은 위니를 구해내려는 야생동물들의 계획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속편 바람을 타고 만들어진 <부그와 엘리엇 2>. 다양한 각종 동물 캐릭터들이 총 출동하고, 야생동물과 애완동물의 대립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린 소재로 관객들을 찾는다. 그러면서 강인한 야생동물을 소심하게, 귀여운 애완동물을 잘난 척 짱 많이 하는 까칠한 모습으로 비틀어 재미를 유도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의 결론은 ‘글쎄..?’ 이다. 물론 이것은 초등 고학년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의 결론에 가깝다. <슈렉>이나 <월. E> 같은 놀라운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이들이 과연 <부그와 엘리엇 2>을 얼마나 좋아하고 웃어 줄지는 미지수다. 이유는 심플한 스토리와 권선징악을 따라가는 결론(이건 애니메이션이니까 당연하겠지만..). 이것들과 더불어 웃음을 유발하는 순간이 매우 작위적이고 대사로만 포장 된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 초등 고학년 이상 성인이라면 좀 식상하고 재미없다 느껴지지 않을까. 우리말 더빙 버전이 아니라 자막 판을 봤더라면 조금 덜 했으려나. 어찌 되었건 정말 간만에 우리 말 더빙 버전을 봤더니 조금 혼란스럽다. 물론 우리말을 사랑하긴 하지만.
영화의 기준을 초등 저학년 이하로 내린다면 꽤 볼만하다. 엄마 아빠의 손을 붙잡고 극장에 가서 나름 신나고 재미나게 보기 좋다는 말이다. 특별히 교육적인 면이 뚜렷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친구를 위기에서 구하려는 마음. 나쁜 짓 하면 결국은 벌 받는다는 내용은 다 들어 있음), 동물을 좋아하고 신기해하는 아이들에게는 각종 다양한 동물들이 총 출동하여 나름의 위트를 뽐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울 것 같다. 그러니 초등 저학년 이하 영화를 볼 수 있는 아이들을 둔 부모님이라면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을 위해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2009년 3월 12일 목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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