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의 시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디즈니의 저력은 정말 대단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잘 만들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 2시간 동안 펼쳐지는 환타스틱한 세계에서 약간은 넋을 잃고 있었지만, 이 영화, 뭔가 심심한게 양념이 하나 빠진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푸짐한 식사를 하고 그 달짝지근한 후식을 거른듯한... 맞다.. 올해의 디즈니표 만화 "아틀란티스"에는 "뮤지컬"이 빠졌다. 최고의 뮤지션으로 무장하는 디즈니 사운드트랙에서 뮤지컬을 빼 놓았다면 과연 디즈니는 "아틀란티스"의 작품성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품성에 대한 느낌은 관객들이 직접 확인해 보는게 좋을듯 하다.
90년대 초반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타잔"에 이르기까지 - 3D 애니메이션 "다이너소어"는 여기서 배재하기로 한다 - 디즈니만의 섬세한 그림과 화려한 뮤지컬과는 정 반대로 "아틀란티스"는 영국풍의 고전적인 셀애니메이션으로 그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게다가 투박한 보색과 거친라인으로 그려진 "이언플럭스"나 "알렉산더"의 냄새도 조금은 맡아볼 수 있다.
지도제작자인 마일로(목소리 : 마이클 J.폭스)는 어린시절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말로만 듣던 잃어버린제국 아틀란티스에 도달하게 되고, 그 속에서 정의와 배신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활극은 시작된다. "포카혼타스"처럼 성인풍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영화의 중반부에서, 약간의 지루함을 견딜 수 없지만 아틀란티스 제국의 공주를 구하기 위해 비행정(?)을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아틀란티스제국을 활강하며 날아다니는 비행기들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연상시키고, 거대한 로보트와 신비의 목걸이를 걸고 하늘위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천공의성 라퓨타"를 연상시킨다. 어쩌면 그것은 디즈니의 재패니메이션에 대한 일종의 "헌정"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틀란티스를 무대로 새롭게 구성된 이야기들은 상당히 환타스틱하게 펼쳐진다. 하지만,,왠지 그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동화얘기에 싫증을 난다. 어쩌면 그토록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은 항상 똑같은 플롯을 유지할 수 있는걸까? 미녀와야수의 "개스통", 알라딘의 "자파", 라이온킹의 "스카" 그리고 아틀란티스 까지.. "텔레토비"의 사탄설 만큼, "내부의 적"은 모든곳에 존재한다는 이치를 어린이들에게 은근히 쇠뇌시키는건 아닌지... 어린시절부터 알게모르게 이런 디즈니의 전형적인 패턴에 익숙해진 탓일까? 그만큼 그런 틀에박힌 디즈니의 공식에 배반당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슈렉"이 훨씬 신선한 자극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쩌면 영화를 보고 "이거 완전히 나우시카와 라퓨타의 짬뽕이잖아?"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옳은 말이다. "아틀란티스"에 그다지 새로울건 없다. 재패니메이션의 "피드백" 그리고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의 결말. 올여름 애니메이션은 "드림웍스"의 승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관점이다. 영화를 판단하는건 항상 관객들의 몫이니까... 하지만 "아틀란티스"에 너무 큰 기대는 갖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