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금요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달 후인 3월 13일도 금요일이란다. 연달아 13일의 금요일인 게 뭐 그리 대수인가 하겠지만 공포영화 마니아들에게는 특별할 수 있을 듯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2월 13일의 금요일에 개봉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영화 <13일의 금요일>이 국내에서는 한 달 뒤인 3월 13일의 금요일에 개봉한다.
천둥을 동반한 비가 거세게 쏟아 붓는 날 저녁, 한 여자가 야산을 헤치며 누구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겁에 질린 그녀를 뒤쫓는 사람은 어느 중년의 부인이다. 여자는 자신을 위협하는 부인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대항하며, 결국 그 부인을 죽이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 광경을 숨어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죽은 부인의 아들이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제이슨’이다. 영화의 오프닝 크레디트와 함께 등장하는 긴박한 5분은 바로 공포영화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고전 <13일의 금요일>의 핵심적인 줄거리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설마 그럴 리야 있겠느냐마는 <13일의 금요일>이란 제목과 ‘제이슨’이라는 이름이 낯선 이들에게는 초반 5분이 영화를 보기 위한 친절한 안내가이드가 되어주는 것이다. 최소한 이 정도의 기초정보는 알아야 영화를 즐길만하기에 한번 짚어주고 간다.
오프닝 크레디트가 끝난 후, 영화는 쭉쭉빵빵에 혈기왕성한 다섯 남녀를 비춘다. 끔찍한 사건이 있었던 20년 전부터 폐쇄되어 있는 캠프장을 찾은 그들은 전해오는 끔찍한 소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끈한 밤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이 순간부터 관객들을 제대로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살인마 ‘제이슨’의 첫 등장과 함께 시작되는 ‘깜놀(!) 퍼레이드’는 눈 깜빡할 여유도 주지 않으며 약 20여분을 공포와 긴장으로 몰아친다. 시작부터 자르고, 찌르고, 지지기까지 하는 제이슨의 극악무도한 살인행각에 정신줄을 완전 놓을 때쯤, 영화의 타이틀이 뜬다. 엄밀히 따져 영화의 오프닝이라 할 수 있는 30여 분은 그야말로 영화의 최고 백미다. 보는 이들을 확실하게 조여주고, 흥분시키는 초반 30분은 오랜만에 만나는 제이슨의 컴백만큼이나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초반 30분이 살인마 제이슨의 컴백 전야제였다면, 이어지는 1시간은 본격적인 쇼라 할 수 있다. 앞선 사건이 있은 지 한 달 후, 역시나 젊고 섹시한 7명의 청춘남녀들이 같은 캠프장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그곳을 찾은 이가 한 명 더 있었으니, 바로 한 달 전 캠핑을 떠난 후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온 ‘클레이’다. 앞서서는 관객들을 정신없을 정도로 바짝 얼어붙게 만들던 제이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오락을 즐기며 한 숨 놓고 있을 사이, 제이슨은 불쑥 불쑥 나타나 관객들의 심장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등장해서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그의 활약은 가히 위력적이기까지 하다. 공포ㆍ슬래셔ㆍ호러 무비로서의 의무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는 ‘초강력 살인마 제이슨’은 그를 기다린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최근 ‘살인마’라는 단어가 새삼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현실 속 인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만난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 것 인지도 모른다. 속 깊은 사연이야 어찌됐건 간에 눈에 띄는 족족이 죽이고 보는 그의 사이코패스적 행동은, 마지막까지 보여주지 않는 그의 가면 뒤 얼굴만큼이나 끔찍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알려주자면, 이번에 선보이는 영화 <13일의 금요일>은 1980년 작의 리메이크가 아니다. 그러기에 고전의 틀을 유지하되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예전보다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리뉴얼 된 이 영화가 지금 와서 더 짜릿한 공포를 제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만큼 확실하게 보여주고, 제대로 몰아붙이는 것에 열광하는 요즘 대세를 정확히 짚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영화 속 공포를 현실적 느낌으로 전이시켜준 요즘 사회 분위기 또한 한몫했음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인정사정없는 살인마 제이슨, 청춘남녀들의 끈적끈적한 농담, 피비린내 나도록 적나라한 화면, 여배우들의 화끈한 노출 등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등급에 너무도 충실한 영화 <13일의 금요일>은 공포영화에 목말랐던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맛보는 탄산음료처럼 오감을 제대로 자극해주리라 기대된다. 나름 강심장(!)이라 생각하며 살던 필자 역시 100여분의 시간동안 크고 작게 20여 번은 놀랐으니 영화가 주는 공포는 가히 롤러코스터 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터. 한 번은 너무 재미있게 봤지만, 또 보라면 못 보겠다. 왜냐고? 그만큼 무서우니까!!
2009년 2월 27일 금요일 | 글_김진태 객원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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