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채널에서 방영된 <하이스쿨 뮤지컬>의 마지막 시즌이자 첫 번째 스크린판 <하이스쿨 뮤지컬: 졸업반>(이하, <졸업반>)은 국내 관객에게 분명 낯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한 TV시리즈라지만 생소하기 짝이 없다. 이스트 고등학교 농구부 결승전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그리고 코트 위의 트로이(잭 애프론)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객석의 가브리엘라(바네사 허진스)는 대체 어떤 사이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졸업반>을 두둔할 수 있는 건 이 작품의 발랄함이 그 생소함을 압도하는 까닭이다. 흡사 안무처럼 펼쳐지는 농구 코트 위의 플레이부터 뮤지컬의 양식을 노골적으로 선사하는 <졸업반>은 그 무대적 기능성을 과감하면서도 세련되게 구사한다. 여백이 뚜렷한 스토리 라인과 세심하게 다루어지지 못하는 몇몇 캐릭터의 허점이 여실함에도 완성도가 뛰어난 안무와 노래의 기능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때때로 유치하다 싶은 틴에이저의 감수성이 직설적인 가사에 담겨 전달되지만 이에 동반되는 퍼포먼스의 원숙함이 단점을 보완한다.
사실 <졸업반>이 묘사하는 학창시절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꽤나 동떨어진 세계처럼 보인다. 그건 흡사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마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외시킨 결과가 이스트 고교처럼 보일 정도로 <졸업반>은 꽤나 비현실적이다. 심지어 판타지라 여겨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 지점이 <졸업반>을 비롯한 <하이스쿨 뮤지컬>을 즐기는 묘미다. <하이스쿨 뮤지컬>은 그 이질적인 상황을 만끽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재미로 활용되는 작품이다. 공부 잘하고 춤 잘 추고 노래 잘하고 운동 잘하는 엄친아와 엄친딸들이 모여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쳐내는 곳이 바로 <하이스쿨 뮤지컬>이다. 물론 때때로 자신들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침울해지기도 하지만 이내 낭만적인 로맨스를 노래하고 혈기왕성한 청춘을 누린다. 그곳에서 심각한 고민은 불필요한 걱정이다. 때때로 마치 뮤지컬 <그리스>의 건전한 버전을 연상시킨다. 10대의 패기와 에너지가 말랑말랑하면서도 단단하게 분출된다.
<졸업반>이라는 부제는 <하이스쿨 뮤지컬>의 종막을 선언한다. 발랄하고 해맑은 청춘들의 사춘기가 지난 일기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가브리엘라와 트로이가 이별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시절은 끝났다, 는 어른들의 넋두리처럼 만만찮은 고민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런 고민 따위는 그냥 학사모를 던져버리듯 유쾌하게 날리고 그저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며 즐겁게 춤춘다. 틴에이저의 감수성은 유치하기보단 명랑하고 끈적거리기 보단 담백하다. 뻔한 결말을 앞두고도 두려움 없이 경쾌하다. 뛰어난 가창력과 원숙한 무대 매너, 현란한 안무와 화려한 미장센에 눈과 귀가 즐겁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날리는 뻔뻔함을 보상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한다. 물론 지옥 같은 이 나라의 입시제도 하에서 이런 환상적인 학창시절 따윈 달나라 이야기 같아서 씁쓸하다만.
2009년 2월 3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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