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럼 열… 여덟 살? 우리 동갑이네요. 띠동갑”
출근 길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여고생(이연희)과 마주친 서른 살 연우(유지태). 그러나 다음 순간, ‘덜커덩’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린다. ‘혹시 어린 학생이 겁이라도 먹지 않았을까?’ 걱정은 되지만, 워낙 수줍음 많은 성격 탓에 말도 못 걸고 안절부절 하는 연우의 귀에 귀여운 학생이 내 뱉은 한 마디가 들려온다.
“에이 씨발, 조땐네!”
‘헉……………… ^^;’
“난 스물 아홉. 너는?” “스물 두… 다섯인데요!”
막차를 기다리는 텅 빈 지하철 역. 스물 둘 강숙(강인)은 방금 스쳐 지나간 긴 머리의 하경(채정안)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배어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을 걸어? 말어?’ 망설이던 강숙. 막차는 떠나려고 하는데 그녀는 도무지 탈 기색이 없고, 강숙은 충동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 끌어 지하철에 태운다.
“난 스물 아홉. 너는?”
“스물 두… 다섯인데요! 저는…”
“그냥 말 놔!”
상상도 못한 순간, 연애는 시작된다!
지하철에서 교복 넥타이를 깜빡 잊은 사실을 깨달은 수영은 아까 마주쳤던 ‘아저씨’에게 다짜고짜 넥타이를 빌리고, 아직 엘리베이터에서 받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연우의 심장은 당돌한 그녀의 접근에 마구 뛰기 시작한다. 이제 막 만난 강숙에게 “우리 미리 헤어지자”며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하경. 하지만 첫 눈에 그녀에게 반해버린 강숙은 하경의 차가운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열렬한 짝사랑을 시작하는데
사람의 공기가 없는 방안
벽들만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들어오는 따뜻함을 차단하려는 듯
견고하게
서른 날
한 소녀가 들어왔다
흰나비처럼 사뿐사뿐 들어와
향기로 얼레고 달래며
사르르 내려앉는 꿈
숨을 쉴 때마다 외롭던 가슴에 향기가 들어차
종일 쫓아다니며
내딛는 걸음 걸음에
솔솔 뿌려댄다
엘리베이터에서
가로등 밑에서
뽑기 인형에서
우산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
방안엔 사랑의 공기가 가득하다
벽들이 병풍처럼 아늑하게
따듯함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촘촘히 서 있다
서른 어느 날
처음 맡아보는 향기
시큼한 척 달콤하다
난 깨어있다
벽들만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들어오는 따뜻함을 차단하려는 듯
견고하게
서른 날
한 소녀가 들어왔다
흰나비처럼 사뿐사뿐 들어와
향기로 얼레고 달래며
사르르 내려앉는 꿈
숨을 쉴 때마다 외롭던 가슴에 향기가 들어차
종일 쫓아다니며
내딛는 걸음 걸음에
솔솔 뿌려댄다
엘리베이터에서
가로등 밑에서
뽑기 인형에서
우산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
방안엔 사랑의 공기가 가득하다
벽들이 병풍처럼 아늑하게
따듯함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촘촘히 서 있다
서른 어느 날
처음 맡아보는 향기
시큼한 척 달콤하다
난 깨어있다
2008년 12월 1일 월요일 | 글_영화와 시를 흠모하는 가객 용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