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정려원 주연의 <김씨표류기>(제작:반짝반짝영화사㈜)가 지난 8월 22일 연남동의 한 중국집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
<김씨표류기>는 죽으려고 한강에 뛰어들었다가 밤섬에 표류하는 한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여자의 엉뚱한 만남을 그리는 영화.
첫 촬영이 있던 8월 22일은 천둥을 동반한 거센 폭우가 몰아쳤음에도, 자신보다 먼저 촬영을 시작한 정재영을 응원하기 위해 정려원이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방문해 스탭들에게 화이팅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영화 속 첫 장면인 그 남자 김씨의 자살시도 장면도 촬영이 진행되었다. 아직 맹렬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 정재영은 허리춤에 찬 와이어 하나에 의지한 채, 그늘 하나 없는 원효대교 난간 밖에서 무려 5시간 동안 연기를 펼쳤다. 원효대교 난간에 매달린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대형 조명 크레인과 지미짚 등의 장비가 동원된 이날, 정재영을 보기 위해 서행하는 차량들로 인해 잠시 정체가 이어져 사고가 난 줄 알고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촬영에서 정재영은 뿔테 안경에 정장을 차려 입은 여느 회사원의 모습이었으나 그의 이런 말끔한 모습은 원효대교 촬영분량, 단 한 장면에 불과하다는 사실. 정재영이 맡은 그 남자 김씨는 한강에 뛰어들었지만, 어이없이 밤섬에 불시착한 이후부터 먹는 것, 입는 것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이 모든 것에 창의력이 필요한 삶을 ‘혼자서’ 일궈나가게 된다. 때문에 밤섬 생활에 적응해갈수록 점점 가벼워지는(?) 옷차림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그의 외모는 <김씨표류기>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천하장사마돈나>로 문제적 데뷔를 했던 이해준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김씨표류기>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촬영을 계속한 뒤 후반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개봉될 예정이다.
2008년 8월 27일 수요일 | 글_한대수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