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산 호러 <바디>가 여름 공포 영화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어느덧 태국 호러 영화들은 이제는 식상해진 일본 호러의 대체재 역할을 맡고 있다. <셔텨>. <샴>의 슬리퍼 히트를 발판으로 <바디>가 올 첫 호러 영화로 개봉하는 것 자체가 그 반증이다. 그만큼 <장화, 홍련>이후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던 토종 호러가 한국영화의 전반적인 불황을 맞아 제작이 주춤해졌다는 결론도 가능하겠다.
내용은 단촐 하다. 의과 대학생을 누나로 둔 촌은 악몽에 시달린다. 콘서트 장에서 노래 ‘Always Missing You’를 듣고 귀가하던 택시에서 지갑을 주운 뒤로부터. 제작사는 <셔터>와 <샴>을 만들었던 GTH(Gmm Tai Hub Company), 감독은 <셔터> <샴>의 티브이 광고제작을 맡았던 31살의 파윈 푸리킷판야다. 이상의 정보를 습득하고나서, 두 작품을 즐겼던 이라면 입질이 슬슬 오거나 반대 관객이라면 식상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디>를 본 첫마디는 ‘So So’다. 최악도 아니요, 걸작도 아니다. <셔텨>가 던져줬던 참신함을 군데군데 자랑하며 뚝심을 발휘하지만 예상 가능한 결말은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등장인물이 깔끔한 것도 매력이다. 촌과 누나를 비롯해 정신과 의사와 의대 교수 남편, 그의 불륜 파트너, 그리고 두 명의 조교까지 딱 7명이 주요 등장인물. 이들이 죽어 나가거나 귀신이거나. 장황하지 않단 말슴이다.
공포를 유발하는 아이디어는 남부럽지 않다. 다소 고전적인 ‘검은고양이’와 참신한 박제된 동물과 나비의 공격은 친근하면서 소름끼치고, 극단적인 로우, 하이 앵글을 필두로 한 다채로운 카메라워크도 딱히 지루할 틈을 좋지 않는다. 특히 정공법에 가까운 음향효과나 컷 분할에 의한 쇼크 효과도 적절하다. <링>의 ‘사다코’를 탈피하여 시도 때도 없이 정면에서 달려드는, 배가 파헤쳐지고 눈알이 튀어나온 귀신의 비주얼도 나쁘지 않다. 그야말로 정공법에 충실하다. 여기에 CG를 이용해 색다른 화면을 시도하려는 노력도 가상하다(물론 할리우드의 완성도에 길들여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바디가 범작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게다 반전 때문이다. 사실 남자의 배신 때문에 귀신이 된 정신과 교수의 복수라는 설정은 식상한 듯 친숙하다. <전설의 고향>에서 봤음직한 이야기의 도시 버전쯤 되는 셈이니까. 문제는 반전인데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탓에 후반부에 맥이 풀리는 걸 감수해야 할 정도다. 촌의 사정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시퀀스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것저것 의문점이 남을 정도다. 2008년을 여는 호러 영화 <바디>는 걸작도, 졸작도 아닌 딱 범작 수준이다.
2008년 6월 2일 월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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