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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업>은 서문에서 태초에 서핑의 창시자가 펭귄이라 밝힌다. 그리고 뻔뻔스럽게도 이것이 실화라고 말한다. 게다가 그 실화의 주인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것도 요즘 국내에 유사 프로그램까지 양성할 정도로 전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리얼리티 쇼의 형식으로.
<서핑업>은 독자적인 발상으로 채워져있다. 일차적으로 기존의 애니메이션들이 인간과 공존관계를 유지한 채 독자적인 공간에서 유사 인간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한 동물들에 대한 묘사를 활용하던 것과 달리 인간이란 종의 지배자를 지우고 그 공백에 펭귄을 대입한다. –물론 여타 동물도 등장하지만 빈도상의 우위로 보자면- 이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취하던 구도, 즉 은연중에 존재하는 인간과 동물의 우열관계에서 벗어나는 캐릭터 접근 방식이다.
이차적으로 <서핑업>의 스크린은 애니메이션의 껍질을 두른 리얼리티 쇼다. 물론 리얼리티라는 단어와 대비적으로 애니메이션이 지닌 그 모든 건 창조된 허구의 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서핑업>이 차용한 건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다. 마치 카메라에 인물들을 담아 낸 것만 같은 연출력은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질감에 실사의 정서적 질감을 보탠다. 스크린의 영상은 마치 방송 카메라를 통한 생중계를 보는 것처럼 리얼하다. 인물을 쫓는 카메라의 동선을 제대로 따라가며, 삽입되는 인터뷰 장면과 방송 사고 같은 사건들을 끼워 넣으며 현장감을 살린다. 또한 리얼리티의 즐거움은 완성도 높은 캐릭터들의 개성이 탄탄한 덕분이다.
<서핑업>은 리얼리티 쇼의 방식을 살리며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트렌드를 살리고, 쿨한 캐릭터들을 통해 스타일리쉬한 즐거움을 준다. 물론 시각적인 완성도는 의심할 여지없다. <서핑업>은 피서만큼 즐겁고, 파도처럼 시원한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인간에 의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물들의 현실 세태를 떠올린다면 한편으론 씁쓸하다. 다만 심각함으로 거부하기에 <서핑업>의 매력은 넘친다. 쿨한 상상력을 마음껏 즐긴 후에 현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늦지 않다. 아니, 오히려 금상첨화일지도 모른다.
2007년 7월 26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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