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화천재에 의해 스승으로 받들여지긴 했지만 동양의 감독을 그대로 믿고 대형프로젝트를 맡길 영화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우삼은 당시 흔한 액션배우 장 끌로드 반담과의 작업을 통해 1993년 할리우드에서의 첫 연출작을 세상에 내놓는다. [하드타겟]이 바로 그것인데, 할리우드는 이 영화를 통해 그의 가능성을 점쳐보려 했고, 대단한 흥행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액션장르를 변주하는 능력은 나름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사실, 그저 그런 반담형 액션 영화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하드타겟]은 그렇게까지 혹평을 받을 작품은 아니었다. 오우삼의 팬들은 그에게서 기대했던 폭력미학과 독특한 액션씬의 구성이 없다는 것에서, 할리우드는 흥행성적에서 많은 실망을 했지만, 수정주의 서부극부터 이어져온 기본설정 즉, 선악이 모호한 주인공, 무법자의 마을 등장, 그들의 퇴치로 이어지는 내러티브를 현대적 액션장르로 변주해낸 오우삼의 연출력은 그렇게 폄하될 것은 아니었다.
[브로큰 애로우]는 비록 평범한 할리우드 액션영화였라는 평을 받았지만 흥행에서는 크게 성공하였고, 덕분에 차기작에 대한 오우삼의 권한이 크게 신장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작품 역시 오우삼의 장르변주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탁월함이 드러나는데, 특히 오프닝의 권투장면은 마틴 스콜세지의 [성난 황소]를 연상시킬 정도로 놀라운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고 있어 녹슬지 않은 오우삼의 연출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오우삼이 마틴 스콜세지에게 보내는 의도된 오마주였다.
[페이스 오프] 이후 [블랙잭]의 TV판 파일럿 프로그램 연출, 재기 넘치는 액션영화 [빅히트] 및 주윤발의 할리우드 데뷔작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제작, 1998년 월드컵시즌의 나이키 TV광고 연출(호나우도가 공항에서 공을 가지고 놀던 바로 그 CF! 보신 분들은 기억을 더듬으시라) 등 역량을 과시하기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는 드디어 톰크루즈를 만났다. 그리고 오는 6월 우리는 새로운 '오우삼 스타일'을 만날 예정이다.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는 이미 찰리 채플린, 샘 페킨파, 알프레드 히치콕의 뒤를 잇는 제도내 작가의 길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할리우드로 건너간 동양권 감독들 중 가장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는 오우삼, 그의 새로운 '스타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