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김일성 주석을 보는 듯한 일흔의 아버지는 북한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조총련 간부였고, 네 남매를 둔 젊은 아버지이자 재일교포 사이에서도 본받아 마땅한 열혈 당원이었다. 그에게 조국은 언제나 최고의 신념이었다. 그 뒤에는 밤늦도록 일을 해서 생활비와 당 운영비를 충당하는 어머니가 있었고, 버블 경제의 중심에서 문화혜택을 일찍 맛본 오빠들은 더 나은 삶을 자신하며 자신이 태어난 고향 일본을 떠나 진정한 조국인 북한으로 돌아(?)갔다. 자유로운 세대에서 문화의 다양함을 겪으며 자란 딸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을 따라주지 않는 그런 딸에 대한 섭섭함은 곧 부녀 지간의 소원함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평생을 의심치 않았던 조국에 대한 애정, 굳건한 이념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그 변화는 기대에 못 미친 조국의 발전상이나 국제적 정세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핏줄의 끌림과 가족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애정 때문이었다.
자유로운 전화통화도 불가능하고 가족들을 보러 가기 위해서 비행기는 고사하고 2박 3일 동안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이상한 현실은 감독으로 하여금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로 귀결된다. 명색이 가족인데도 오사카 본가의 실질적인 도움 없이는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그들의 조국 ‘북한’의 실상은 불 꺼진 방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조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최고조에 달한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디어 평양>은 가족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따르며, 가장 사실적인 북한의 실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떨어져 살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 받았던 가족들의 아픔과 화해를 이야기한다. 더불어, 공고한 가부장제 속에서 주체적 여성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양영희 감독의 씩씩한 삶 또한 꽤나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이념의 차이로 빚어진 수십 년의 반목과 그 어떤 고단한 현실도 서로의 진심이 마주하고 스며들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디어 평양>은, 소박한 형식에 실어 깊은 감동과 함께 우리에게 전한다.
2006년 11월 25일 토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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