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루엣 에니메이션은 우리에게 참으로 생소한 장르다. 이번 [프린스 앤 프린세스]라는 에니메이션은 프랑스의 미셸 오슬로 (Michel Ocelot)의 작품으로, 1999년에 발표된 것이다.
'실루엣 에니메이션'은 그림자 인형극을 에니메이션화 한 것이라 생각하면 좋을것같다. 내가 유치원에서 그림자 인형극을 본 이후에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 교육방송의 '나도 발명가(너무 오래전 TV프로그램이라 제목이 확실한것은 아니지만...)'라는 프로그램으로 몇 번 접한것이 전부 인 것 같다. 우리 인간에게 엿보기 본성이 있어서일지 창가에 비치는 그림자만 보면 궁금해지고 더욱더 알고 싶어지듯, 왠지 모르게 스크린으로 빨려든다는 느낌을 받는 건 바로 그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점은 실루엣 에니메이션만이 갖고 잇는 장점이다.
극장이 설치된 빌딩안에서 늦은 저녁, 3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늙은 기술자 그리고 배우가 되어줄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나란히 앉아있다. 여섯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늙은 기술자의 손으로 쓰여진 것들이며 이야기들은 이렇다. 111개의 다이아몬드를 찾아 마법에 걸려있던 공주의 마법을 풀어주는 왕자의 이야기, 파라오에게 무화과를 바치는 소년의 이야기, 마녀와 사랑에 빠지는 용기있는 소년의 이야기, 무시무시한 다리 힘을 가진 할머니에게 크게 당하는 도둑의 이야기, 잔인한 여왕의 고독함을 읽고 그녀를 사랑해주게 되는 파블로 조련사의 이야기, 황당한 마법이 걸린 키스는 왕자와 공주를 개구리, 나비, 코뿔소, 코끼리, 애벌레, 사마귀, 거북이, 벼룩, 기린, 고래, 황소로 바꿔놓는 이야기...
명장면이라 말하고 있는 부분들이 모두 일본과 이집트편에서 속해있었다. 작가 오슬로가 남달리 이 두 나라가 등장하는 씬들에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일본 편에서 '호쿠사이' 작품이 배경이 된다는 점은 참 인상적이었다. '히로시게'나 '호쿠사이' 같은 작가는 일본과 프랑스가 활발한 문화교류를 하던 당시에 프랑스에 소개된 목판화 작가들이다. 특히 '호쿠사이'의 작품은 프랑스에서 너무나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다. '호쿠사이'는 후지산이 내려다보이는 요코하마 근처에 살던 작가로써 많은 산들과 바다를 배경으로 목판화를 제작한 사람이다. 그가 남긴 작품들 속에는 여러 일본인들의 삶의 모습과 풍습 그리고 명소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작가 오슬로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에 바로 이것을 일본 이야기편의 배경으로 '호쿠사이' 작품속 배경을 그대로 에니메이션에서 다지 재연하고자 했다.
[프린스 엔 프린세스]의 여섯 에피소드들 중에 이집트가 배경이 되던 무화과를 파라오에게 바치는 소년 이야기와 일본의 가공할 다리힘을 가진 할머니 이야기를 접하며 일본과 이집트가 배경이 되어 환상적인 작품이 만들어지길 바랬던 예전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무라이 픽션]이란 영화를 보았을 적에 영화시작 전, 무사들이 빨간 핏빛의 배경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았을때 그리고 [이집트 왕자]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모세가 아버지 바로를 찾아가는 장면을 볼 적에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사무라이 픽션]이나 [이집트 왕자]에서 내가 말하고 있는 그 장면들은 모두 그림자로만 처리된 장면들이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내가 실루엣 에니메이션이란 작품을 알기전 벌써 그 장르에 대한 매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싸무라이 픽션과 이집트 왕자의 그 장면들을 보았던 나는 일본과 이집트가 배경이 되어서 화려함보다는 절재된 선으로 표현하고 있는 그 두 나라의 멋이 스크린으로 보여질 수 있다면 참으로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드디어 그렇게 생각으로만 만족해야했던 영화가 [프린스 앤 프린세스]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찾아왔다는 점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 생각한다.
작가 오슬로의 작품세계의 스케일이 정말 크고 넓다는 것과 더불어 일본 문화와 이집트 문화에 대한 애착과 신비감을 떨치지 못하는 프랑스인들의 마음이 프랑스 작가 오슬로의 작품에서 들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제목과 같이 정말 이 영화는 우리가 사는 이 지구상에 살았을지 모를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들이다. 세상엔 정말 수많은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는 동화가 있다. 그런 동화들을 통해 과연 어린아이들은 무엇을 얻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사랑과 낭만...그 아름다운 사랑은 환상적인 순간순간들로 절정에 이르고 그들은 헤피엔딩으로 멋진 결혼식을 하기도 하고 가끔씩은 비극적인 결말을 맺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걸 어렸을 적에도 어렴풋이 아는 우리 어린시절에 거창한 깨달음을 바라는것은 작가에게 무의미한것다.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는 동화에서 어린이들에게 주려하던 것은 큰 깨달음이기보다는 웃음이었을 것이다. 과거의 왕자와 공주 이야기에서 유머란 그저 조심스럽게 감춰져서 끝까지 조금씩 조금씩 펼쳐지는 것이 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존재하던 모든 왕자와 공주 동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노골적이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있는 수만가지의 것들을 등장시켜, 아이러닉한 유머를 보여주며 관객과 더욱더 가까이 접근했다. 이 세상의 존재하는 거의 모든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는 동화는 신분의 벽을 넘거나 개구리가 다시 왕자가 되는 등의 모습으로 얼마나 인간이 만들어낸 가식이란 껍데기가 거추장스럽고 쓸데 없는 것인가를 말하려했다.
영화 [프린스 앤 프린세스]도 마찬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알몸상태의 남자아이가 단 몇초만에 커스튬하나 덕분에 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여러형태의 가식의 모습을 대변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듯 싶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에서 웃음과 동심을 잠시라도 되찾는 것, 이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고자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아닐 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