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열기가 안녕을 고한 지난 31일 다니엘 헤니의 영화 데뷔작으로 화제에 오른 영화<Mr.로빈 꼬시기>가 현장을 공개했다.
외국계 M&A 회사에 근무하는 능력녀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타이밍을 못 맞추는 탓에 연애성공률 제로를 자랑하는 민준(엄정화 분). 그에 반해 민준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로빈(다니엘 헤니)은 엄청 똑똑하고 능력까지 좋은 CEO에 약간의 바람둥이 기질까지 있는 만만치 않은 연애고수로 등장한다. 이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미묘한 사랑의 감정과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로맨틱코미디 영화 <Mr. 로빈 꼬시기>는 신예 김상우 감독이 오래도록 준비한 야심찬 프로젝트 영화다.
또한 이번 영화의 제목이 원래는 ‘키아누 리브스 꼬시기’였던 만큼 그와 관련된 질문들도 많이 나왔다. 혹시 키아누 리브스 닮아서 캐스팅된 게 아니냐? 는 질문에 그는, “할리우드의 유명배우인 그와 닮았다는 소리는 나로서는 영광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나온 영화제목으로 <Mr. 로빈 꼬시기>가 그대로 갔다면 왠지 내가 그보다 한 수 아래인 듯한 느낌이 들어 내심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해 그의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엿보이게 했다. 다니엘 헤니의 솔직한 대답이 계속 이어지자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 또한 다방면의 질문을 계속해 던졌다. 그럴 때마다 다니엘 헤니는 매너있고 세련된 태도로 대화를 이어나가 간담회 시간이 초과될 정도였다.
다니엘 헤니에 대한 관심만큼 그녀의 귀여운 매력이 가장 잘 보이는 장르로 돌아온 엄정화에게도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한국계라지만 외국인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여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의 연애관과 사랑관에 대한 질문이 다수를 이뤘다. 다니엘 헤니가 주연으로 정해진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받았다는 엄정화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다니엘의 방송 이미지와 영화의 줄거리가 겹쳐져 약간의 우려가 있었는데 마지막 장을 읽을 때쯤에는 이 진실한 사랑얘기에 푹 빠져있었다”며 캐스팅 소감을 밝혔다. 특히 상대역인 다니엘 헤니가 기존의 로맨틱 가이 이미지를 벗고 터프하고 강인한 로빈 역을 잘 소화한다며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높음을 매 질문마다 드러냈다. “외국인과의 사랑과 연애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면서 진실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라고 답한 엄정화는 <Mr. 로빈 꼬시기>가 기존의 로맨틱코미디와는 매우 다른 영화임을 시사했다.
처음 제목이 ‘키아누 리브스 꼬시기’였던 만큼 키아누 리브스 본인에게 이름 사용을 허락받아야 할 필요가 있어 그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지만 메일조차 읽지 않은 나름 비참한 사연은, 말한 의도와는 다르게 좌중의 폭소를 유도했다. 마지막으로 다니엘 헤니와 엄정화의 연기궁합이 매우 좋으며 남자주인공 캐스팅에 난항을 겪을 때 다니엘 헤니의 등장은 자신에게 천운이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해 자신의 첫 충무로 감독데뷔작에 대한 깊은 애착을 의연 중에 들춰냈다.
간담회가 끝난 후, 곧바로 많은 언론매체 기자들은 벌써 가을 냄새 완연한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아차산 부근에서 이루어진 이날 공개 장면은 극증 민준으로 분한 엄정화와 로빈 역의 다니엘 헤니가 서로에게 느낀 낯설고 따뜻한 감정을 깨닫는 중요한 씬이다. 좁은 도로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이루어진 촬영이라 현장은 극중 캐릭터의 귀엽고 따뜻한 감정과는 별개로 매우 긴장된 상태였다. 드디어 촬영에 들어간 다니엘 헤니와 엄정화는 각각 영화와 한국어로 연기했다. 이 독특한 설정이 이상해보였지만 곧 그 둘이 만들어가는 다정한 분위기는 방문자가 느낀 어색함을 무색케 만들 정도였다.
서로 다른 정서와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만들어내는 유쾌하고 진실한 사랑의 감정은 현장에서 두 배우가 만들어낸 그 따뜻한 분위기 그대로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90%의 촬영이 진행된 <Mr.로빈 꼬시기>는 9월 초에 촬영을 종료하고 후반 작업을 거쳐 올 겨울 개봉예정이다.
취재_ 2006년 9월 2일 토요일 | 최경희 기자
사진_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