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꽃잎을 헤치고 계단을 올라오는 한 남자, 교정이라고 믿을 수 없는 장미넝쿨 사이로 ‘안소니(박진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발을 헛디뎌 그의 품에 안기는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에게 필살의 윙크를 날리고 사라지면, 초미니 스커트에 핑크 가발을 쓴 미녀들이 풍선장식 사이를 현란하게 오고 가는 아찔한 화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경쾌한 음악과 배우들의 호흡 척척 맞는 안무까지, 화려한 오프닝부터가 심상치 않은 <다세포 소녀>는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가 농축된 영화다.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은 원작을 사랑하는 골수 팬과 영화로의 변신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평가를 두 배로 받아야 하는 필연적 아픔을 동반하지만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다세포 소녀>의 경우는 그 무게감마저 덜어낸 듯 보인다.
선생님의 결근의 원인이 ‘성병’임이 밝혀지면서 반 전체가 조퇴를 하는 무쓸모 고등학교의 교실풍경은 10대 라고는 믿기지 않는 열린 사고와 다양한 성적 욕구로 가득 차 있다. 공부보다는 쾌락과 (성적)자유를 추구하는 개성 넘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빈부격차와 왕따는 존재하는 법. 원작에서 보여진 수많은 캐릭터에서 ‘외눈박이(이켠)’와 가난을 등에 입은 소녀가 주된 스토리를 이끌어 가면서 우리가 섹스에 대해 상상하고 정의 내리는 것 이상의 다양함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어른들도 금기시 하는 성의 다양함과 음지에서나 성행하는 반사회적 에로틱함은 선생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여고생과 중년남자의 관계를 통해서 여실히 들어난다. 원작을 한번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분명 당황할만한 대사들이 배우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인간의 욕망을 드라마로 처리하려는 정석 또한 따르지 않았다. <정사>와 <스캔들>을 맡았던 이재용감독이 ‘이감독’으로 개명한 이후 ‘최대한 가볍게’를 외쳐온 감독의 의도는 주인공들의 엇갈린 사랑이 노래방 버전으로 나오는 장면에서 극치를 이룬다.
그러나 이감독이 에로티시즘의 교주로 전대통령 전문배우인 박용식을 쓴 점이나 에이츠 시집을 깔고 앉으며 치는 대사들은 전작들에서 보여진 ‘터부시된 무언가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뮤지컬이라고 하기엔 제한적인 <다세포 소녀>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물론 이 영화는 10대들이 보기에 ‘너무나’ 재미있고 유혹적인 영화다.
2006년 8월 2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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