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 깨자마자 인간들이 쳐 놓은 헷지(울타리) 때문에 졸지에 식량부족에 시달리게 된 가족이상의 친구들 (거북이, 주머니쥐부녀, 고슴도치 가족, 고양이로 변신 가능한 노처녀 스컹크)은 무늬만 너구리인 알제이에 의해 인간들의 일용할 양식들을 탈취하기로 한다.

약삭빠른 알제이의 설명에 의하면 밥 먹기 전에 올리는 기도는 신에 대한 감사보다는 ‘음식 숭배’고 사람들은 건강이 아닌 ‘더 먹기 위해 살을 빼는 이상한 족속들’이다. 치즈가 덥혀있는 나초를 처음 맛본 어린 고슴도치들의 환호와 카페인이 잔뜩 든 소다를 먹은 다람쥐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나무 위를 오가는 모습은 영락없이 슈가 홀릭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정크 푸드의 위험성을 알림과 동시에 인간들이 살기에 쾌적한 환경이 야생동물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영화 전반에 걸쳐 나오지만 드림웍스 특유의 재치 넘치는 패러디로 하여금 그 무게는 많이 덜어 보인다.

섬세한 화면미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뛰어넘어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정교하지만 동물들을 의인화시킨 그 대상이 인간은 백인으로, 기회주의자인 알제이와 스컹크의 인종은 말투와 몸짓만으로도 충분히 연상될 만큼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려졌다. 식탐을 빙자한 인간세계의 풍자도 잠시 문명에 길들여지는 동물들의 모습은 사회문화로 대두되고 있는 비만과, 게임중독, 공동체 운영을 빙자한 몰개성화라는 미국사회의 단면을 여지없이 꼬집는다.

칸 영화제최초로 경쟁부문에 오른 <슈렉>을 필두로 <샤크>, <마다가스카>로 이어져온 드림웍스의 동물 왕국은 어린아이에게 익숙한 만화로 어른들까지 각성시키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욕심과 맞물려 교훈과 재미를 두루 갖춘 수작으로 완성됐다. 여느 중산층 못지 않은 삶을 즐기는 비호감 동물들의 리얼 3D애니메이션 <헷지>의 울타리 밖 진실은 오는 31일 밝혀진다.

글_2006년 5월 29일 월요일 | 이희승 기자

- 3D애니메이션의 기술 진보를 눈으로 확인하고픈 분! - 황정민, 보아, 신동엽의 이미지를 빼다 박은 캐릭터가 궁금했다면! - 이 영화의 궁극적인 교훈은 ‘곰에게 먹을 것을 주려면 제대로 된걸 주시오!’다. 정크푸드 말고. 그 사연이 궁금하면 영화를 보는 수밖에. - ‘미션 임파서블', '매트릭스','오션스 일레븐'을 보지 않았다면! (패러디 이해불가!) - 그 외 죄다 관람 하시길!